헤르손 결전 임박…러, 이번주 주민 7만명 '강제이주' 돌입

입력 2022-11-03 11:03
수정 2022-11-03 18:38
헤르손 결전 임박…러, 이번주 주민 7만명 '강제이주' 돌입

'인간방패 사용 의도' 분석도…"러군 철수 머잖았다는 신호"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남부 전선의 전략적 요충지 헤르손에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임박하자, 러시아가 이 지역 주민 수만 명의 강제 이주 움직임에 돌입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가 임명한 헤르손 행정부 수반 블라디미르 살도는 이날 "주민 최대 7만 명이 6일부터 러시아 본토나 헤르손 남부 지역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헤르손 행정부도 "주민들이 강제적인 방법으로 이동시킬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명령을 공표했다고 WSJ은 전했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헤르손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540㎞ 떨어진 항구 도시로, 흑해 및 크림반도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을 겨냥한 교두보로 꼽힌다.

최근 러시아군은 이곳에서 수세에 내몰리며 수차례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지난달 19일 헤르손주(州) 주도인 헤르손시(市)에 대피 명령을 내렸고, 31일에는 대피령 적용 범위를 드니프로 강에서 약 15㎞ 이내에 위치한 지역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당시 실제로 대피 인원은 러시아 지지자 수천 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우크라이나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현지 주민을 '인간 방패'로 쓰려고 강제 이주에 나선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러시아군이 인력과 장비를 빼내며 헤르손 밖으로 후퇴할 때, 이주하는 주민 행렬 뒤에 숨어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를 피해 보겠다는 심산이라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실제로 "군용 차량과 민간인 후송 차량이 뒤섞인 채 드니프로강을 건너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 남부 사령부 대변인은 "러시아군은 이것이 민간인 대피라는 인상을 심어주려고 한다"며 "(병력이) 민간인에 둘러싸여 있으면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WSJ은 이번 이주 명령이 헤르손에서 러시아군 철수가 머지않았다는 징후로도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러시아 측은 이번 이주 대상에 포함된 드니프로강 동쪽 카호우카 댐을 우크라이나가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곳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에 식수를 공급하는 핵심 전략 시설이다.

WSJ은 군 전문가를 인용, 카호우카 댐이 파괴되면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영토 수복과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공격 가능성이 적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도 "추후 카호우카 댐에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를 가하려는 러시아군의 전략"이라고 반박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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