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에 이스라엘 기업인 '바글'…상거래 촉매로 관계 해빙될까
투자행사에 유대인 모자 쓰고 사우디인과 교류
"'철의 장막' 해체급 데탕트"…중동 역학관계 급변 반영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불구대천 관계가 상거래에서부터 개선되는 모습이 목격된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왕실의 주도로 최근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는 이스라엘 기업인들이 대거 참가했다.
FII는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자신의 경제·사회 개혁 성과를 내보이려고 2017년부터 개최해온 글로벌 행사다.
WSJ은 이스라엘 기업인들이 유대교 신앙을 드러내는 모자 키파를 쓰고 전통복장을 한 사우디인들과 악수하고 대화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에 공식적인 외교관계가 없지만 민간 기업에서 관계를 정상화해가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온라인 벤처투자 플랫폼인 아워크라우드의 최고경영자 조너선 메드베드는 양국 사이에 과거 냉전기를 지배한 '철의 장막'이 걷힌 것과 같은 변화가 밀어닥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메드베드는 이스라엘 기업이 사우디에서 영업하는 게 정상이 돼가고 있으며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이미 아워크라우드 미국 지사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성지를 수호하는 종주국을 자처해온 사우디는 자국 내에서 공식적으로 다른 종교의 의식을 금지한다.
특히 사우디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이 2020년 9월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했을 때도 가세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같은 지역에 붙어살며 반목하는 이슬람권 공동체인 팔레스타인이 국가로 인정될 때까지 타협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사우디는 최근 수년간 은밀하게 공식 태도와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종교간 존중을 내세워 유대교 지도자들을 초청하고 이스라엘 기업과 거래했으며 공동 적성국인 이란에 대항해 안보협력까지 강화했다.
FII에서 목격된 이스라엘인들의 자유롭고 왕성한 활동도 중동 내 이 같은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부문에서 활동하다가 현재 사우디국부펀드에서 일하는 미국인 아이작 애플바움은 여론의 반응을 떠보려고 이스라엘 기업인들을 대거 초청해 행사에 내세웠다고 분석했다.
애플바움은 "사우디에서 상황이 우연하게 발생하는 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사우디로서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에 온전하게 찬성하지 않는 자국민이 상대적으로 많은 데다가 그런 결정이 종주국으로서 이슬람권 전체에 미칠 영향까지도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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