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위안화 추락] 실물경제도 타격…성장률 日 2.0%·中 3.2%에 그칠듯
일본, 소비자물가 40년 만에 최고·무역적자 역대 최악
중국, 멀어진 5%대 성장률…시진핑 3기 충격에 '차이나런' 겹악재
(도쿄·서울=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이도연 기자 = 엔화와 위안화의 가치 하락은 일본과 중국의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통상 통화가치 하락은 수출 가격 경쟁력의 제고로 이어져 무역수지에 긍정적이지만, 수입물가 급등의 부정적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는 모습이다. 일본의 상반기 무역수지는 사실상 역대 최악 수준이었고, 중국의 수출도 성장세가 꺾였다.
환율 급등이 부추긴 소비자물가 상승은 소비 위축, 내수 부진으로 이어져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끌어내리고 있다.
◇ 소비자물가 상승률 3% 넘어…무역수지 14개월 연속 적자
급격한 엔화 약세가 진행되면서 일본의 소비자물가가 40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르고 무역적자는 최악을 기록하는 등 경제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이달 들어 달러당 151엔대까지 올라 1990년 이후 32년 만의 엔저를 보이면서 일본의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28일 발표한 도쿄 23구(區)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작년 동월 대비 3.4% 올랐다. 이는 1989년 10월 이후 3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세율 인상 영향을 제외하면 1982년 6월(3.4%) 이후 4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도쿄 23구는 전국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꼽힌다.
총무성이 지난 21일 발표한 9월 전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3.0% 상승했다. 소비세율 인상이 물가에 반영된 효과를 제외하면 1991년 8월(3.0%) 이후 31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엔화 가치마저 하락하자 수입 물가가 오르고 연쇄적으로 소비자물가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연속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 선을 웃돌다가 9월 이후 3%도 넘어섰다.
일본은행은 27∼28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 후 발표한 '경제·물가 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9%로 상향 조정했다.
최근 민간연구소인 일본경제연구센터(JCER)가 37개 민관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는 2.5%, 내년은 1.3%로 나타났다.
민간기관들은 올해 말까지 상승률이 높아지다가 내년 이후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아울러 엔화 약세와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엔화 기준 수입액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일본의 2022회계연도 상반기(올해 4∼9월) 무역적자는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올해 4∼9월 무역수지는 11조75억엔(약 106조원) 적자로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1979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7월 적자를 기록한 이후 올해 9월까지 14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달 2개월 연속 2조엔(약 19조3천억원)을 넘어섰다.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계속 확대되면서 일본이 올해 연간 기준으로 42년 만에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엔저가 가속하면서 달러로 환산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30년 후퇴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현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보도했다.
닛케이는 올해 평균 엔·달러 환율이 1달러에 140엔 수준이 되면 달러로 환산한 일본 GDP가 3조9천억 달러(약 5천500조원)에 그치면서 1992년 이후 30년 만에 4조 달러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세계 3위인 일본의 GDP가 4위 독일과 비슷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일본은행은 28일 발표한 경제·물가 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일본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 중국, 멀어지는 5%대 성장률 목표…'시진핑 3기' 충격에 증시도 불안
중국 경제도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과 세계적 수요 감소 등으로 경제 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정부의 목표치인 연 5.5% 성장은 요원해지는 분위기다.
지난 24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3.9%였다.
2분기(+0.4%)보다는 크게 올랐지만, 상하이 등 대도시 봉쇄가 있기 전인 1분기의 4.8%보다는 여전히 낮다.
게다가 올해 1∼9월 성장률은 3.0%에 그쳤다. 9월 수출 증가율(작년 동월 대비)도 5.7%로 8월(+7.1%)보다 둔화했다.
내수 경기의 가늠자인 소매 판매 증가율도 2.5%에 그쳐 8월(+5.4%)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7월(+2.7%)보다도 낮았다.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7일 아시아·태평양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4%에서 3.2%로 낮췄다. 또 성장률이 내년(+4.4%)과 2024년(+4.5%)에도 5%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중국 경제가 제로 코로나와 부동산 경기침체의 여파로 빠르게 둔화 중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연이은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유동성이 말라가고, 위기가 은행 시스템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국가 주석의 1인 독주체제로 평가되는 '시진핑 3기'의 출범도 중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새 최고 지도부가 전원 시진핑 국가 주석 '충성파'로 채워지자 지난 24일 홍콩 항셍지수는 6.36% 급락,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초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2.02%), 선전성분지수(-1.76%)도 급락했고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시가총액 약 930억달러(약 133조원)가 하루 만에 사라졌다.
범 중국 증시는 이후 소폭 반등하다가 28일 다시 급락했다. 그 결과 28일 현재 항셍지수는 시진핑 3기 출범 이전보다 9% 가까이, 상하이종합지수·선전성분지수는 각각 약 4% 떨어진 상태다.
이처럼 중국 주식이 직격탄을 맞은 것은 제로 코로나와 '중국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때리기'로 상징되는 시 주석의 반(反)시장적 정책이 한층 아무런 견제 없이 횡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신쑨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부교수는 이제 시 주석이 민간 분야 성장을 저해할 정치적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정치적 여건이 조성된 것이라고 미 CNBC방송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신 부교수는 시진핑 3기 출범으로 "지난 몇 년간 민간 부문을 희생하면서 공공 부문을 우선시하는 데 집중한 시 주석의 정책들이 바뀌거나 수정될 가능성이 작아졌다. 이것이 극도의 우울한 경제 전망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월가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관계자는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시진핑 3기에 대해 "좌절하고 분노한 상태"라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독일 금융회사 베렌베르크 캐피털 마켓의 미키 레비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에서 그간 중국을 경제 강국으로 만든 국가 통제 강화 지배구조가 민간 기업가정신과 혁신, 자본 이동성을 제한하면서 비효율과 과잉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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