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3분기 성적표 나온다…반도체·가전 울고 배터리 웃고
'반도체 한파'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영업익 급감
경기침체로 가전 부진…전기차 성장에 배터리 3사 반등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장기화 우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 등의 여파로 업종에 따라 희비가 교차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4일 현대차[005380]를 시작으로 25일 기아[000270], 26일 SK하이닉스와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 LG디스플레이[034220] 등이 3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이달 초 잠정 실적을 공시했던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각각 27일과 28일 컨퍼런스콜과 함께 사업 부문별 3분기 경영 실적을 공식 발표한다. 이어 31일에는 LG화학이, 다음 달 3일에는 SK이노베이션[096770]이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 반도체 한파에 삼성·SK 영업익 '뚝'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한 달 내 발표된 증권사 14곳의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를 분석한 결과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 전망치는 전년 동기와 비슷한 11조7천960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영업이익은 2조94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다운사이클에 진입하며 가격 하락 폭이 커진 탓이다. 고객사의 과잉 재고 축소가 본격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31.73% 감소한 10조8천억원이다. 매출 잠정액은 2.73% 증가한 76조원이다.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은 27일 발표되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에 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 추산하는 삼성전자의 DS(반도체) 부문 매출은 24조∼25조원대인 반면, TSMC가 최근 발표한 3분기 매출액은 6천131억 대만달러(한화 약 27조5천억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 수요 위축에 가전 부진
경기 침체 여파로 TV 등 세트(완성품) 수요가 위축된 탓에 삼성전자의 가전 부문 수익성도 크게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경우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1% 증가한 7천466억원으로 집계됐지만, 이는 작년 3분기에 반영된 GM 전기차 리콜 관련 충당금(4천800억원)을 고려하면 오히려 뒷걸음질 친 셈이다.
다만 전장(자동차 전기·전자장비) 사업의 성장세 등으로 매출은 역대 최고치인 21조1천71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장 부문의 첫 연간 흑자 달성도 기대된다.
전자 부품 업계는 희비가 엇갈렸다.
LG디스플레이는 6천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측됐다.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수요 부진에 따른 출하 감소,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삼성전자 실적과 함께 발표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스마트폰 업체들의 신제품 출시와 환율 영향으로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을 1조원대 후반으로 예상한다.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 등을 만드는 LG이노텍[011070]의 경우 애플의 아이폰14 프로·프로맥스 등 고부가 모델 판매 호조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작년 동기 대비 20%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K-배터리' 방긋
국내 배터리 3사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등에 힘입어 반등에 나섰다.
3사 중 유일하게 7일 잠정 실적을 공개한 LG에너지솔루션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연결 잠정 영업이익은 5천219억원으로, 작년 동기(3천728억원 영업손실) 대비 흑자 전환했다. 매출 잠정치는 작년 3분기보다 89.9% 증가한 7조6천482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주요 고객사의 전기차 판매 호조로 인한 생산·판매 증가, 긍정적인 환율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삼성SDI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58% 증가한 5조3천861억원, 영업이익은 36.12% 증가한 5천84억원으로 예측됐다.
강동진 현대차증권[001500] 연구원은 "경기 불확실성에도 (삼성SDI의) 주요 고객인 BMW, 아우디 등의 고급 전기차 수요는 견조하다"고 말했다.
업계 후발주자이자 비상장사인 SK온은 3분기도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영업손실 규모는 2분기(3천266억원)와 비교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4분기부터는 흑자 전환도 기대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적자가 컸던 것은 예상보다 빠른 외형 확대로 인한 일시적인 성장통"이라며 "유가 반등과 배터리 적자 축소를 감안하면 3분기가 바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현대차와 기아가 당초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완화와 환율 효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쓸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3분기 실적에 세타2 GDI 엔진 교체율 증가 등에 따른 품질비용을 반영하기로 하면서 기록 달성은 어려워졌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품질비용 1조3천600억원과 1조5천400억원을 각각 충당금으로 반영한다고 18일 공시했다.
이를 반영하면 현대차 영업이익은 1조6천억원대로 줄어들고, 기아는 2020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1조원대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정제마진 하락에 정유 눈높이 낮아져
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올린 정유사들은 3분기 들어 정유사 수익의 핵심 지표인 정제 마진이 급락한 데다 재고 평가 손실이 불가피해 2분기만큼의 실적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분기 평균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7.1달러로 전 분기 대비 66.9% 내렸다.
증권업계의 실적 눈높이도 점차 낮아져 에쓰오일의 경우 3개월 전만 해도 작년 동기 대비 8% 이상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근 한 달 내 발표된 컨센서스는 오히려 영업이익이 4천417억원에 그쳐 19.6%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
SK이노베이션도 3분기 매출은 19조6천47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9.73%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 반면 영업이익은 5천642억원으로 8.78% 감소할 전망이다. 7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이 예상됐던 것에 비하면 눈높이가 낮아진 셈이다.
조현렬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전 분기 대비 유가 약세가 지속하며 래깅 효과(원유 구매 시점과 시장 투입 시점이 한 달 이상 차이 나면서 발생하는 가격 차이 효과)와 재고평가손익이 매우 감소하겠다"고 분석했다.
석유화학 업체는 대부분 컨센서스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051910]은 전년 동기 대비 17.18% 증가한 8천514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다. 다만 이는 전기차 배터리 등의 실적 개선에 따른 것으로,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은 고부가합성수지(ABS) 등 주력 제품의 부진으로 크게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작년 동기 대비 60.21% 감소한 2천488억원이다. 작년 코로나 특수를 누린 위생용 장갑 소재 NB라텍스가 위생장갑 판매량 감소로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011170]의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1천829억원으로 2분기(214억원 적자)에 이어 손실 폭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내수 부진과 에너지 가격·금리 급등 등에 따른 소비 위축, 공급 과잉 등 삼중고가 지속된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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