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DI "EU서 '데이터 중립성' 개념 주목"

입력 2022-09-25 09:00
KISDI "EU서 '데이터 중립성' 개념 주목"

인터넷 '공정경쟁' 이슈, 데이터 분야에도 추가

EU 2020년 '데이터 시장법'과 2022년 '데이터법'에 반영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세계 정보기술(IT)업계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데이터 중립성'(Data Neutrality)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25일 소개했다.

KISDI에 따르면 이 기관 ICT데이터사이언스연구본부 데이터분석예측센터의 정용찬 센터장은 최근 기관 홈페이지에 실은 전문가 칼럼에서 이 개념을 소개했다.

'데이터 중립성'이란 플랫폼이 보유한 데이터를 이용하기를 원하는 사업자에게 동등하게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망 중립성'이 망을 사용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차별 없이 망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정 센터장은 최근 인터넷 생태계가 공정경쟁 이슈로 뜨겁다고 지적하면서 ▲ 네트워크 영역의 '망 중립성' 해석 ▲ 플랫폼 영역의 온라인플랫폼-입점 업체 간 공정거래 이슈 ▲ 단말기 영역의 구글·애플 인앱 결제 이슈 등을 꼽은 후, 데이터 영역에서도 유사한 논쟁이 나타날 징후가 있다고 설명했다.

EU는 '데이터 중립성'이라는 용어 자체는 사용하지 않지만, EU가 중립성의 관점에서 데이터에 접근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EU가 2020년 발표한 데이터 시장법(Data Market Act)은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경쟁 활성화와 시장 지배력 제한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아마존이나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은 자신이 보유한 데이터와 협상력을 무기 삼아 혁신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사전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대규모 데이터 보유 기업이 이용자로부터 생성된 데이터를 활용해 자신의 경쟁 우위를 강화하지 못하도록 데이터 이용을 제한하는 조항이 있다.

대규모 데이터 보유 기업이 제삼자 서비스로부터 제공된 개인 데이터를 결합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도 있다. 데이터는 자체로도 가치가 있지만 다른 데이터와 결합하면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업 이용자가 생성한 데이터는 당사자가 쉽게 접근하여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게 돼 있다.



EU가 2022년에 발표한 데이터법(Data Act)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간다.

이 법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부산물로 창출된 데이터에 대해 제조사나 데이터 수집자 이외에 접근 가능한 주체와 권한의 범위를 확립하기 위해 제정됐다.

소비자 요청이 있는 경우 데이터 보유자는 데이터를 동일한 품질로 제삼자에게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

데이터 보유자는 데이터를 제공할 때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또 공공 기관이 공익 목적이나 위급한 상황에서 데이터를 요청하면 데이터 보유자는 가급적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

정 센터장은 "데이터 중립성 역시 망 중립성처럼 옹호론과 비판론이 존재한다"고 전하며 '데이터 중립성' 개념을 도입할 경우의 문제점도 짚었다.

그는 "데이터의 전략적 자산화 경향으로 인해 글로벌 데이터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이나 이용권을 적용하기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는 점도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최근 행보에서 볼 수 있듯 데이터는 안보 차원의 전략적 자산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통상 마찰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는 데이터가 생산 과정이 독특한 자산이기 때문"이라며 일반적인 상품과 서비스와 달리 데이터는 이용자가 데이터 생산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검색과 쇼핑 등 온라인에서 이용자가 활동을 많이 할수록 데이터가 많이 생산된다. 플랫폼 사업자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므로 계산이 끝났다고 설명하지만, 이용자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정당한 이윤 배분을 위해서 데이터 노동자들은 일정 기간 구글 검색이나 페이스북 사용을, 다시 말해 데이터를 생산하는 노동을 중단하는 파업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데이터 판매 수익을 데이터 생성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배당금으로 지불한 경기도의 사례도 이런 주장과 맞닿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새로운 부의 원천으로 등장한 데이터 자원의 자유로운 이용을 의미하는 '데이터 중립성'이 과연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혁신과 성장으로 이끌 수 있을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다양한 이론적, 실증적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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