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토마토' 대신 'Kayak, deed'…우영우 영어 더빙은
넷플릭스 영어 더빙 현장 공개…'역삼역'은 고민 끝 'Civic'으로
우영우 맡은 美 자폐배우 "고래 독백 장면에 공감"
(버뱅크=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역삼역."
한국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명대사를 영어로 번역해 더빙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드라마 우영우를 방영 중인 미국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가 23일(현지시간) 이 드라마의 영어 더빙 현장을 한국 언론에 공개했다.
더빙 작업은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중심지인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서 한창 진행 중이었다. 전체 16화 분량 중 절반 정도를 마쳤고 내달 영어 더빙판을 공개할 예정이다.
기자가 이날 방문한 '더빙 브라더스 스튜디오'의 대형 화면에는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분)가 상사인 정명석(강기영 분) 변호사를 처음으로 만나 자기소개를 하는 장면이 떠 있었다.
더빙팀 기술진이 재생 버튼을 누르자 '기러기, 역삼역'을 영어로 번역해놓은 대사가 마치 악보처럼 화면 화단에서 흘렀다.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같은' 단어의 영어 표현은 '카약, 디드, 로테이터, 눈, 레이스카, 우영우, 시빅'(Kayak, deed, rotator, noon, racecar, Woo Young-Woo, Civic)이었다.
이 대사는 앞서 만들어진 자막본에도 그대로 쓰였지만, 더빙판에선 단어 하나가 달라졌다. 자막본에 '역삼역'의 리듬감과 대칭성을 살리지 못하고 '역삼 스테이션'(Yeoksam Station)'으로 직역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더빙판엔 '시빅'(Civic)이라는 단어로 말맛을 구현했다.
이번 더빙 작업에서 한국어·한국 문화 자문을 맡은 민경서 컨설턴트는 "번역가가 우영우의 자기소개 대사를 문화적, 언어적으로 잘 옮겼다"며 "거꾸로 읽어도 똑같은 스펠링이 나오는 영어 단어를 찾아내 좋은 번역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영어 원어민이 어떻게 문화적으로 이 대사를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특히 '역삼역'을 영어로 옮기는 것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했고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시빅'(Civic)으로 번역했다"고 소개했다.
극 중 우영우가 자신을 소개하기 위해 애를 쓰다가 마지막에 뱉어낸 '역삼역'이라는 대사의 맛깔과 운율을 살려내기 위해 미국 현지 사정에 맞게 '시빅'으로 바꿔냈다는 것이다.
영어에는 없는 존댓말과 반말의 느낌 차이를 반영하는 것도 더빙 작업의 주요 과제 중 하나라고 민 컨설턴트는 전했다.
그는 "극 중 한국어 대사의 콘텍스트와 디테일, 존댓말을 쓰다가 반말을 할 때의 장면이 어떤 의미인지 등을 자문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연인을 부를 때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한다는 점도 더빙팀에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드라마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변호사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을 그려내 큰 인기를 끌었다.
넷플릭스도 이러한 원작의 느낌을 더빙판에 반영하기 위해 실제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대만계 미국인 배우 수 안 피엔을 성우로 기용했다.
피엔은 이날 시연에서 극 중 우영우 몸짓과 표정까지 따라 하며 목소리 연기에 몰입했다.
그는 "(자폐 장애를 가진) 우영우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제가 직접 경험해본 것"이라며 "우영우가 고래 등 좋아하는 것에 흥분해서 독백하는 장면에는 정말 공감한다"고 웃었다.
이어 "저는 아시아계 부모님을 뒀고 어릴 때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자랐다"며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면 정말 행복해 지고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한국 캐릭터 목소리를 연기하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정명석 역을 맡은 한국계 성우 닉 마티뉴도 한국어만이 가진 독특함을 영어로 옮겨내는데 목소리 연기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에즈라 와이즈 더빙 디렉터는 "우리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존중하고 원작 배우들의 연기 뉘앙스를 살려내고자 한다"며 "성우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더빙판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jamin74@yna.co.kr
'기러기, 토마토' 대신 'Kayak, deed'…우영우 영어 더빙은 #Shorts
'기러기·토마토'…넷플릭스도 머리 싸맨 '우영우' 영어 자막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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