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자스서 낙태 이슈 위력 확인…중간선거 고전하는 美 민주 고무
여성·진보 유권자 결집…민주, 낙태이슈로 선거운동 전선 구축
최우선적 관심사는 여전히 경제 문제…낙태 이슈 파급력에 촉각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미국 캔자스주(州)에서 낙태권 보호 조항을 삭제하는 주 헌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낙태권 이슈가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 등 경제 이슈로 바이든 정부가 고전하면서 상·하원에서 동시에 다수당 지위를 상실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으나 낙태권 이슈를 중심으로 진보 성향 및 여성 유권자들이 결집하면서 판세가 민주당에 유리하게 바뀌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섞인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보수 성향으로 공화당 텃밭인 캔자스주에서 지난 2일 진행된 낙태 관련 찬반 투표에서 예상과 달리 '완전한 승리'를 거둔 것에 대해 크게 고무된 상태다.
4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캔자스주 헌법에서 낙태권 보호 조항을 삭제할 것인지를 묻는 투표에서 59%(53만4천134명)가 반대했으며 찬성은 41%(37만4천611명)에 그친 것으로 최종적으로 집계됐다.
민주·공화당 경선과 함께 진행된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 유권자들의 참여 비율이 더 높았다.
민주당 경선에는 등록 유권자 가운데 56%가, 공화당 경선에는 등록 유권자 가운데 53%가 각각 참여했다. 통상 공화당 경선의 참여율이 높다는 점에서 이는 이례적이라는 게 미국 언론의 평가다.
다만 절대적인 유권자 숫자는 공화당 경선 참여자가 많았다.
캔자스시티 교외의 존슨 카운티의 경우에는 24만2천명 이상이 투표했는데 이는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던 2018년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이날 보도했다.
각각 대체로 민주당과 공화당이 우세한 도시와 시골 지역과 달리 교외 지역은 표심이 유동적인 곳이라는 점에서 교외 지역에서의 높은 투표율은 낙태 이슈로 유권자들이 실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NYT가 캔자스 투표 결과와 인구 분포 등을 토대로 추정한 결과 캔자스주와 똑같은 내용의 주민 투표를 할 경우 50개 가운데 7개 주만 반대 비율이 50% 미만을 기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주 헌법에서 낙태권 보장 내용을 삭제하는 주민투표를 시행할 경우 와이오밍 등 7개 주에서만 가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연방 대법원이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면서 없어진 낙태권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민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줄 것을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낙태를 위해 다른 주를 이동하는 경우 지원할 수 있도록 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올린 트위터 글에서 "의회는 반드시 '로 대 웨이드'에 따른 보호를 입법해야 한다"면서 "만약 의회가 실패할 경우 이 나라 국민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의회에) 들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펜실베이니아에서 민주당 존 페터맨 상원의원 후보는 경쟁자인 공화당 메흐멧 오즈 후보를 낙태권 문제를 연결고리로 공격하는 등 주지사 및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낙태 문제를 이슈화하면서 전선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페터맨 후보는 최근 "여기에서도 급진적인 공화당원들이 캔자스에서 하려고 한 것과 똑같은 일을 공화당이 하려고 한다"면서 "나는 낙태권을 보호할 것이고 오즈 후보는 그것을 빼앗아갈 것이다. 아주 간단한 문제"라고 말했다고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다만 갤럽의 1일 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경제 문제를 뽑은 국민이 가장 많았다.
인플레이션(17%), 정부 및 리더십 문제(17%), 경제 일반(12%) 등의 순으로 경제·인플레이션 문제와 그에 따른 정부의 대응이 우선적 관심사였다. 낙태 문제(8%), 낙태권 논란을 초래한 사법 시스템 문제(6%)를 꼽은 응답자는 경제 문제보다는 적었다.
이에 따라 실제 낙태권 이슈가 11월 중간선거에서 승패를 가를 결정적 변수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캔자스 투표 등과 관련, "어떤 것도 낙태권 이슈가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에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한다"면서도 "다만 낙태권 옹호론자들이 정치적인 바람을 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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