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맞서 연금·수당 인상…구매력 보호법 프랑스 하원 통과
마크롱 정부가 여소야대 의회에 제출한 첫 주요 법안
찬성 341표·반대 116표…격론 끝에 우파·극우 야당도 동의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물가 상승에 신음하는 저소득층을 지원하겠다며 제출한 법안이 22일(현지시간) 하원을 통과했다.
하원은 나흘 넘게 이어진 토론 끝에 이날 새벽 찬성 341표, 반대 116표, 기권 21표로 '구매력 보호를 위한 긴급 조치'에 관한 법안을 처리했다.
여당 르네상스를 주축으로 하는 범여권 '앙상블'을 비롯해 중도 우파 공화당(LR)과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 등 일부 야당이 법안에 찬성했다.
현재 범여권이 하원 250석을 차지해 다수당이지만, 의석 과반(289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처리하려면 야당의 동의가 필요하다.
제1야당 자리를 꿰찬 좌파 연합 '뉘프'는 정부의 제안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반대표를 던졌고, 소속 의원 일부는 기권했다.
시행에 200억유로(약 27조원)가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는 구매력 보호법안에는 기업이 직원에게 지급하는 비과세 보너스를 3배로 늘린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퇴직 연금과 가족 수당 등 각종 연금과 수당을 올리고, 임대료 인상에 상한을 정한다는 조항 등도 법안에 들어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올해 겨울 전력난이 발생하면 석탄발전소를 일시적으로 가동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구매력 보호법안은 지난 6월 총선이 끝나고 여당이 주도권을 장악하지 못한 하원에 정부가 처음으로 제출한 주요 법안이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프랑스인에게 진정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다수 확보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구매력 보호법안이 하원을 통과한 이날 일부 대기업들은 정부 요청에 따라 고물가에 허덕이는 소비자들을 위해 제품 및 서비스 가격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토탈에너지는 올해 9월 1일부터 11월 1일까지 프랑스 전역에 있는 주유소에서 기름값을 리터당 0.20유로, 그 이후부터 연말까지는 0.10유로 인하하기로 했다.
세계 3위 해운 기업인 CMA CGM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8월 1일부터 프랑스 본토와 해외영토로 들어오는 수입품과 수출품의 운송료를 낮출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토탈에너지와 CMA CGM을 인플레이션 위기 속에 이익을 본 기업으로 집으면서,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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