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임원 여전히 소수인 한국 기업…대부분이 아직도 한 자릿수
삼성전자 글로벌 여성임원 6.5%, 국내 5.5%…'10년내 10% 목표' 못지켜
메타 36%, 애플 23%, 인텔 21%…"임원 후보 여성 인재 풀 늘려야"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국내 주요 기업에서 활동하는 여성 임원의 비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은 매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지만, 글로벌 기준으로 볼 때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추세를 고려해 기업들이 여성 임원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기업분석전문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353개 기업의 여성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중은 6.3% 수준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의 전체 임원 1만4천612명 중 여성은 915명으로, 1천명이 채 되지 않았다.
국내 여성 임원 비중은 자본시장법 개정 등 영향으로 최근 점진적으로 늘어왔다. 내달부터 본격 시행되는 새 자본시장법은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의 이사회를 특정 성(性)이 독식하지 않도록 규정해 사실상 여성 이사 선임을 의무화했다.
실제로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중은 2019년 3.8%에서 2020년 4.6%, 지난해 5.5%, 올해 6.3%로 상승했다.
국내에서 임직원 수가 가장 많은 기업인 삼성전자는 여성 임원 수가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지만, 전체 임원 대비 비중으로 보면 국내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세계 각국에 있는 삼성전자 전체 임원은 1천526명이었다. 이 중 여성 임원 비중은 6.5%였고, 나머지 93.5%는 남성이었다.
국내 임직원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의 여성 임원 비율은 더 낮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국내 임원은 총 1천83명이었고, 이 중 여성은 5.5%(60명)에 불과했다.
국내 여성 임원 비율이 해외보다 낮은 이유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법인에는 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마케팅·인사 직무가 많고, 국내에는 남성 비중이 높은 개발·제조 직무 임원이 주로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거 삼성전자는 '201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10년 이내에 여성 임원 비율을 1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이를 지키지 못하고 여전히 여성 임원 비율이 한 자릿수에서 머무르고 있다.
국내 다른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기준 주요 기업들의 여성 임원 비율은 현대차[005380] 4.0%, LG전자[066570] 3.8%, 포스코홀딩스[005490] 2.9%, SK하이닉스[000660]와 LG디스플레이[034220] 각각 2.5% 등이었다.
반면 해외 글로벌 기업들의 여성 임원 비율은 메타(옛 페이스북) 35.5%, 애플 23.0%, 인텔 20.7%, 대만 TSMC 10.0% 등으로, 한국보다 확연히 높았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믹스가 각국의 여성 노동자 환경을 평가해 올해 3월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도 한국은 조사대상 29개국 가운데 최하위로 평가된 바 있다.
한국은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과 관리직 여성 비율, 남소 소득격차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여성 인재 선발을 위해 기업도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여성 임원 후보군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관리자급 여성 임직원이 점차 늘고 있는 만큼 여성 임원 비율도 앞으로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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