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러에 원유·관광 지원 'SOS'…라자팍사, 푸틴에 요청(종합)

입력 2022-07-07 17:54
스리랑카, 러에 원유·관광 지원 'SOS'…라자팍사, 푸틴에 요청(종합)

연료 수입 신용 지원·러 항공사 운항 재개 등 호소

금리도 14.5∼15.5%로 1%p 추가 인상…"21년만에 최고 수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국가 부도가 발생한 스리랑카의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직접 원유, 관광 지원을 요청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6일 오후(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푸틴 대통령과 매우 생산적인 전화 회담을 했다"며 현재의 경제 위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연료 수입 관련 신용 지원(credit support)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경제난으로 인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스리랑카는 현재 원유를 제대로 수입하지 못해 심각한 기름 부족난에 시달리고 있다.

주유소마다 기름을 사기 위한 줄이 늘어섰지만 필수 부문 외에는 연료 판매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에 스리랑카는 비교적 값이 싼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 장관 2명이 러시아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스리랑카는 지난 5월 중개업체를 통해 러시아산 원유 9만t을 수입한 바 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 등의 제재로 인해 원유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과 유럽 상당수 정유공장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한 가운데 인도와 중국 등 일부 국가만 러시아산을 적극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경제 상황이 워낙 다급해 국제 정치 논리를 떠나 러시아산 원유를 들여오려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라자팍사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신용 지원을 원하는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과 관련한 국제사회 제재에는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관광부문 협력도 요청했다. 관광은 스리랑카의 핵심 산업 중 하나다.

그는 "(러시아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스리랑카 운항을 재개해달라고 겸손하게 요청했다"며 관광, 무역, 문화 등의 분야에서 양자 관계를 다지는 게 양국 우호 관계를 강화하는 데에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서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아에로플로트는 모스크바-콜롬보 노선을 운항했으나 현재 중단한 상태다. 지난달 초 국제 제재 관련 업체 간 분쟁으로 인해 여객기가 콜롬보에서 4일가량 발이 묶였다가 풀려나면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스리랑카 관광 산업의 주요 국가이기도 했다.

스리랑카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해 인도 5개 도시에서 순회 홍보 행사도 벌일 예정이다.

하린 페르난도 스리랑카 관광부 장관은 이날 "스리랑카가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관광 수입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는 극히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와중에 한동안 스리랑카에 발길을 끊었던 외국인 관광객도 조금씩 돌아오는 모양새다.

스리랑카관광개발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스리랑카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3만2천865명으로 5월 3만207명보다 8.8%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인도인이 6천65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와 함께 스리랑카 중앙은행(CBSL)은 물가 폭등에 대응하기 위해 7일 정책 기준 금리인 대기성 수신 금리(SDFR)와 대기성 대출 금리(SLFR)를 각각 14.5%, 15.5%로 1.0%p씩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중앙은행은 오르는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며 "이는 2001년 8월 이후 21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앞서 지난 1월, 3월에 기준 금리를 각각 0.5%p, 1.0%p씩 올렸고 4월에는 7%p 인상했다.

스리랑카는 6월 콜롬보 소비자물가지수가 작년 동기보다 54.6% 뛰는 등 '하이퍼 인플레이션' 영역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P. 난달랄 위라싱게 중앙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률은 조만간 70%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까지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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