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에너지난에 탈석탄서 '유턴'…석탄발전소 재개 검토
프랑스 대형 에너지사 "올겨울 위해 에너지 절약해야" 호소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프랑스 정부가 3월31일 가동을 중단한 생아볼드의 석탄발전소를 석 달 만에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지자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추진했던 탈(脫)석탄 정책을 번복하게 된 셈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그에 따른 불확실한 에너지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겨울철을 대비한 일시적 조처"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전력공사(EDF)와 토탈에너지스, 엔지 등 프랑스 주요 에너지회사 3곳도 26일 정부에 에너지 소비량을 즉각 감축하기 위한 조처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현지 주간지 르주르날뒤디망쉬에 게재한 입장문에서 "우리는 움직일 여지를 회복하기 위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 여름에 가능한 한 빨리 대응한다면 특히 가스 저장량 측면에서 올겨울이 시작할 때쯤이면 더 잘 대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즉시, 모두 함께, 대규모로 에너지 소비를 제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산을 대체하는 새로운 가스 공급처를 찾고,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기 위한 해상 터미널을 북부 르아브르 항구에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일찌감치 탈석탄 정책을 추구해 현재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도 1곳에 그치는 등 석탄발전 의존도가 낮은 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연말까지 모든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생아볼드의 석탄발전소 폐쇄 조처도 역시 그 일환이었다.
다만, 프랑스 정부는 이 석탄 발전소를 재가동하더라도 제재 중인 러시아산 석탄은 사용되지 않고 전체 전력 생산량 중 석탄발전 비중은 1% 미만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프랑스를 포함해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는 유럽 선진국은 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석탄 등 화석에너지 사용을 극적으로 줄이는 이른바 '넷제로' 정책을 추진했으나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속속 '유턴'하고 있다.
독일이 예비 전력원으로 남겨뒀던 석탄 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기로 한 데 이어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등이 가동을 중단했던 석탄발전소를 다시 열거나 생산량을 늘리기로 했다.
특히 이러한 정책 변화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만 하더라도 환경론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전쟁이 서방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뜻밖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쟁 4개월이 지난 현시점에서 러시아의 압박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수급에 비상이 걸리는 정반대 결과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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