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플레엔 대기업 탐욕이 있다?…'그리드플레이션' 설왕설래

입력 2022-06-15 16:09
美 인플레엔 대기업 탐욕이 있다?…'그리드플레이션' 설왕설래

민주당 일각서 "기업 탐욕이 물가난 더욱 악화" 주장

NYT "보편적 현상 아냐…바이든의 인플레 책임 모면엔 도움될 듯"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의 물가가 40여년 만에 최악 수준으로 치솟은 것에 대해 집권 여당인 민주당 일각에서 대기업의 탐욕을 지목하는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탐욕에 의한 인플레)이라는 단어가 거론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핑계 삼아 대기업들이 상품·서비스 가격을 필요 이상으로 올리면서 물가난을 가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그리드플레이션을 주장하는 측이 제시하는 근거와 그에 대한 반론을 소개했다.

그리드플레이션이 현재의 물가난을 초래했다는 진영은 '기업의 탐욕'에 화살을 돌린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식량·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인플레를 촉발하자 대기업들이 시장지배력을 악용해 상품 가격을 무분별하게 올렸다고 주장한다.

어차피 소비자들도 워낙 물가가 뛰니 기업이 가격을 필요 이상으로 올린다 한들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악용했다는 것이다.

미국 좌파 성향 정책그룹 '그라운드워크 컬래버러티브'의 린지 오언스 상무이사는 "(대기업의 폭리 행위가)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촉매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최대 육류가공업체 타이슨푸드가 코로나19 유행 기간 육류 공급가격을 높여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을 받는 등의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백악관 역시 이러한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와 관련해 대기업의 '가격 부풀리기'를 겨냥한 법안까지 추진 중이다.

반면, 반대 진영에선 그리드플레이션이 존재하지 않거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과장됐다고 이야기한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일했던 경제학자 제이슨 퍼먼은 "(기업의) 탐욕은 물가 상승에 중요한 요인이 아니다"라면서 "여기에 초점을 맞추다간 오히려 물가난의 실제 원인과 해법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른바 '가격 부풀리기' 없이도 현재의 인플레 현상은 경제학적으로 충분히 잘 설명된다고 강조했다.



NYT는 기업이 탐욕으로 인플레이션을 즐기고 있다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하는 기업 주가를 설명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5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981년 12월 이후 최대폭인 8.6%(전년 동월 대비) 오른 것으로 나타나는 등 물가가 치솟고 있지만, 거꾸로 미 증시는 올해 들어 고점 대비 20% 이상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그러면서 NYT는 결과적으로 일부 영역에선 (기업의) 가격 부풀리기로 가격이 올랐을 수 있지만, 이런 현상이 보편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리드플레이션 주장은 물가난 심화로 궁지에 몰린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정치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어 보인다.

NYT는 인플레의 책임을 정부가 아닌 독점적 대기업으로 돌리는 이런 주장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코로나19를 극복한다며 대규모 경기부양을 단행해 물가난을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피해갈 여지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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