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위기 부닥친 한국경제, 정부·여당 총력 대처해야
(서울=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반면 경기는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경상·재정수지 '쌍둥이 적자' 경고음도 울리고 있다. 12일 기재부와 한은, 통계청 등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4%로,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과 7월에는 6%대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4월 생산·소비·투자는 전월 대비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2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와 함께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두 달 연속 하락하고,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열 달 연속 하락했다. 특히 4월 경상수지가 8천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흑자 기조를 이어가던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24개월 만이다. 4월 외국인 배당지급 확대에 따른 일시적 적자일 가능성이 크지만, 수입 증가세가 수출보다 빨라 상품수지 흑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여기에 코로나19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경기부양 정책으로 통합재정수지가 2019년 이후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보인다는 점을 참작하면 경상·재정수지 '쌍둥이 적자'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은 총력 대처해 이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차질 등으로 인한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 등 주요국 금리 인상과 긴축, 중국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봉쇄 등 주로 대외적 요인이 얽히고설켜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욱이 대외 불확실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 사태를 해결할 묘책도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2%에서 2.9%로 내리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까지 경고한 상태다. 이 때문에 한국 경제 관련 전망은 계속 어둑해지고 있다. 특히 국내 경제 성장률을 견인할 내수가 물가로 인해 제동이 걸리는 흐름이다. 경제 당국 관계자는 최근 "방역 정상화로 반등이 기대되는 내수도 물가 압력 등 불안 요인이 잠재해 있어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간한 '6월 경제 동향'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한국 경제에 대해 "경기 회복세가 약화하는 모습"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그동안 불확실성 확대, 하방 위험 확대를 언급한 것보다 더 어두워진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엿새째 지속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물류 운송 차질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시멘트 출하가 막히면서 다음 주에는 생산 중단 공장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주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주점이나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소주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곱창 등을 판매하는 한 고깃집 사장은 연합뉴스에 최근 고물가에 소주 수급 걱정까지 겹쳐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과 재작년에 가게를 닫으려고 서너 번 결심했는데 버텼다"며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분위기가 바뀌며 이제 좀 살아나려나 기대를 했는데 식자재비가 오르고 술도 마음대로 조달이 안 돼 밤에 잠이 오질 않는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잖아도 한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 흐름에 차질까지 빚어지니 설상가상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한 달이 경과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인 국민의힘의 고위 관계자가 만나 현안과 관련해 소통하는 첫 '고위 당·정·대 회의'가 이달 안에 열릴 전망이라고 한다. 현 정부와 여당은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승리한 만큼 마주친 국가적 난제를 해결해가는 솜씨를 발휘하길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대내외적 여건이 어려운 만큼 쾌도난마식으로 사태를 해결하기는 어렵겠으나, 엉킨 실타래를 한 가닥씩 풀어가는 능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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