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짓조각' 루나 폭락에 위기감 전염…1위 스테이블코인도 흔들
루나 119달러→0.01센트로…테더도 '1달러에 가격 고정' 일시 깨져
주요 코인거래소 루나 거래 중단 …옐런 "뱅크런 같은 위험"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한국산 코인 루나와 자매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 가치가 사실상 휴짓조각 수준으로 폭락하자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까지 한때 흔들리는 등 가상화폐 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13일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개당 1달러로 가치가 연동되도록 설계된 테더 가격은 전날 오후 4시 24분 한때 0.950달러로 떨어졌다가 이날 오후 1시 기준 0.997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루나와 UST는 가격이 계속 급락하는 가운데 미국 고위당국자들은 최근 상황을 전통적 금융기관의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에 비유하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안정성 표방한 스테이블 코인이 위기 일으켜…도미노 우려도
루나는 지난달 가상화폐 시가총액 순위 10위권 내에 들었고, UST는 한때 시총 규모가 180억달러(약 23조2천억원)로 스테이블 코인 가운데 3위에 이르렀다.
하지만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13일 오후 1시 50분 기준 UST는 통상 가격인 1달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9센트 수준으로 폭락했다.
투매 분위기 속에 UST 가격 방어를 위해 루나 발행을 늘리면서 지난달 119달러에 이르렀던 루나 가격은 이날 한때 0.01센트 수준까지 추락, 사실상 가치가 '0'으로 변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등 실물자산에 연동하도록 설계돼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 시장에서 안정적인 자산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왔다.
이번에 문제가 된 UST는 실물자산 대신 루나라는 코인을 담보로 루나 발행량을 조절해 1개당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는 특징이 있다.
루나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30살 권도형 최고경영자(CEO)와 소셜커머스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 씨가 2018년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 랩스가 발행한다.
테더의 이번 가격 하락은 루나와 UST의 최근 폭락에 따른 코인 시장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며, 도미노 효과가 다른 코인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루나 가치가 '0'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이날 루나 현물 거래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으며, 실제 홈페이지에서도 거래 화면에 접속할 수 없는 상태다.
◇ 테더 "언제든 달러로 바꿔줄 수 있다" 불안심리 진화 나서
테더 등 다른 스테이블 코인은 자신들이 UST와 달리 실질 자산에 의해 담보되는 만큼 UST와 완전히 다른 자산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테더 측은 충분한 양의 달러를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실제 그러한지에 대해 오랫동안 의구심이 제기돼왔다는 게 미국 CNBC 방송의 설명이다.
지난해 미 뉴욕주 검찰은 테더의 담보 일부가 달러가 아닌 기업어음 등이라고 밝혔고, 테더 측은 이후 기업어음 의존 비율을 줄여가는 중이다.
테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달러와 연동이 깨지자 1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언제든 테더를 1달러로 바꿔줄 수 있다며 시장의 불안심리를 진화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24시간 동안 테더 약 3억개를 문제없이 달러로 인출해줬다고 설명했다.
테더 측은 또 성명을 통해 "일부 예상된 시장 패닉 속에 평상시대로 돌아왔다"면서 이날 20억달러(약 2조5천600억원)어치 이상의 테더를 달러 현금으로 상환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테더가 한 번도 상환에 실패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테더 가격 하락은 지급준비금에 대한 실제 우려보다는 시장 심리에 따른 측면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거나 "2017∼2019년께 테더 가격 하락을 목격한 사람에게는 저가매수 기회일 것"이라는 시장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파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으며, 가상화폐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비트코인 가격은 3만달러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UST를 발행하는 테라폼 랩스 측이 루나와 UST 가격 방어를 위해 보유 중인 비트코인 35억달러(약 4조4천900억원)어치를 매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 옐런 美재무 "뱅크런 같은 위험 보여…규제 필요"
루나·USD 폭락 사태에 놀란 미국 고위당국자들은 최근 연이어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강력한 어조로 스테이블 코인 규제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옐런 장관은 "현재 규모로 봤을 때 이번 사태가 금융 안정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이라고 특징짓지는 않겠다"면서도 "스테이블 코인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뱅크런과 관련해 수백 년간 알려진 것과 같은 종류의 위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 대해 은행이 지급 능력을 갖고 있다는 신뢰가 깨질 경우 발생하는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뱅크런과 비슷하다고 본 것이다.
그는 지난 10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도 스테이블 코인 발행업체를 은행처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3월 정부 기관들에 디지털 자산 규제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고 미국 디지털화폐(CBDC) 연구개발에 긴급성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개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해 거래소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각국 증권감독기관으로 구성된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의 애슐리 올더 의장도 이날 한 싱크탱크 행사에 참석해 각국 증권감독기관들이 내년까지 가상화폐 규제 협조를 위해 공동 기구를 발족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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