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는 빈자리로…" 미, 아세안 정상회의서 군사정권 규탄

입력 2022-05-12 11:14
"미얀마는 빈자리로…" 미, 아세안 정상회의서 군사정권 규탄

백악관, 쿠데타·민주화시위 폭력진압에 경고 메시지

"군사정권 규탄·제재 않는 아세안에도 동참 촉구"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백악관이 미국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서 규탄 의미를 담아 미얀마 정상의 자리를 공석으로 내보일 것이라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오는 12일부터 13일까지 백악관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미얀마의 참석을 어떻게 다룰지 고심한다며 이런 계획을 밝혔다.

이 당국자는 "미얀마 상황에 대한 불만과 향후 희망을 반영해 빈자리를 두자는 게 논의 내용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더 할 말이 있을 것"이라며 "버마가 이번 회의 전체에서 심도 있는 논의의 주제가 될 것이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버마는 미얀마 군사정권이 1988년 민중항쟁을 유혈 진압한 이듬해에 식민지 잔재를 없앤다며 바꾼 미얀마의 옛 국호로 군사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쪽에서 주로 사용된다.

미얀마 군부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작년 2월 쿠데타를 일으켜 재작년 11월 총선을 통해 최고 권력자가 된 아웅산수치 국가고문을 몰아내고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수백명을 살해했다.

아웅산수치 고문은 방역규제 위반, 선동 및 뇌물수수 등 10여개 혐의로 기소된 뒤 수감됐다. 정치공세라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혐의가 모두 유죄로 확정되면 형량이 징역 190년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아세안이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원한다고 밝혔다.



아세안은 군부의 작년 쿠데타를 비판하지 않고 미국의 대미얀마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다만 아세안은 미얀마의 폭력사태 중단, 군부와 축출된 정치 지도자의 대화를 촉구한다는 등 5개 합의를 작년 4월에 채택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그 나라(미얀마) 상황을 지켜보고 솔직히 좌절감이 들었다"며 "그 지역(동남아) 국가, 이해관계자들과 상당한 협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아세안 정상들을 워싱턴DC로 초청한 것은 아세안 45년 역사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러시아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미국이 대규모 자원을 투입하지만 동남아시아에 대한 관심도 줄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이번 회의를 조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는 데 아세안 국가들과의 공조가 필요하다.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달리 미얀마 군부를 사실상 지지하고 있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난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심각한 인식이 있다"며 "미국은 이 지역에 대한 개입이 광범위하고 지속적일 것이라는 점을 보여줄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