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에 이어 우크라이나 난민에도 '따뜻한' 독일
폴란드·루마니아 등에서 40만명 독일로 들어와
독일, 상한 없이 수용…거주·취업 등 정착 지원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폴란드나 루마니아로 탈출한 우크라이나 난민 중 상당 수가 다시 서유럽 국가로 이동을 시도하는 가운데 독일이 최종 정착지로 선호되는 분위기다.
독일 수도 베를린의 중앙역에는 매일 수천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도착하고 있다. 이들 난민은 폴란드, 루마니아, 몰도바 등 우크라이나 인근 국가에서 기차를 타고 독일로 들어온다.
독일 교통부에 따르면 개전 초기에는 하루에 8천명 이상씩 쏟아져 들어왔지만 최근에는 2천500명 수준이다.
2월24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독일로 들어온 우크라이나 난민은 40만명정도로 집계된다. 이는 주요 서유럽 국가인 프랑스(5만1천명), 이탈리아(10만명), 스페인(13만5천명), 영국(2만7천명)이 받아들인 우크라이나 난민을 합친 것보다 많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무기 제공에 미온적이라고 비판받지만 난민 수용에는 적극적이다.
베를린, 하노버, 코트부스 등을 통해 독일에 유입한 우크라이나발 난민은 다시 거주를 원하는 독일의 다른 지역을 선택할 수 있다.
독일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난민은 망명 신청을 할 필요도 없이 최장 3년간의 거주 허가를 얻을 수 있다.
독일 정부는 이들에게 기초생활 수급제도를 적용받는 수준의 생활을 보장하기로 했다. 또한 이들이 독일 노동시장에 편입돼 적절한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을 위해 20억 유로(약 2조6천7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독일은 2015∼2016년 시리아 난민이 유럽으로 대거 유입될 때도 난민을 100만명 이상 받아들여 당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난민의 어머니'로 불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난민이 유입되는 속도는 시리아 난민 유입 당시보다도 더 빠르다.
전쟁 뒤 2개월 만에 독일에 들어온 우크라이나 난민 40만명은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2015년 9∼10월 2개월간보다 배 이상 많다.
폴커 비싱 독일 교통장관은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의 상한을 두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얼마든지 더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일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한 명도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독일 교통부가 독일로 오기 원하는 난민을 최선을 다해 독일로 실어 나르겠다고 덧붙였다.
독일 국민도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는데 긍정적인 시각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3분의 2가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는 일에 직접 관여하거나 돕는 일을 하는 사람을 안다고 답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외로 탈출한 난민이 520만명을 넘었다. 유엔은 올해 우크라이나 난민이 800만명 이상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난민은 일단 폴란드, 루마니아 등 인근 국가로 넘어간 다음 정착을 위해 유럽 전역으로 흩어지고 있다.
폴란드에는 210만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유입됐으며 이중 이미 60만명 이상이 독일 등 서유럽 국가로 이동했다.
앞으로도 폴란드에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 중 상당수가 더 나은 정착 여건과 취업 기회를 찾아 자신들에 우호적인 독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난민이 유럽 각국으로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유럽연합(EU) 차원의 대책도 논의되고 있다.
EU는 난민 수용 능력이 한계에 도달한 폴란드에 대한 재정 지원을 늘리는 한편, 폴란드에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다른 유럽 국가로 분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의 국가 간 이동을 돕기 위해 EU 역내의 교통·운송을 조정하고 숙박 시설 등 각국의 수용 능력을 파악해 정보를 제공하는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또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등록 플랫폼도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난민에 대한 임시 보호를 제공하고 EU 회원국끼리 수용 난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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