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방치하면 2300년께 바다 생물종 '대멸종' 위기
기온 상승 2도 억제하면 70% 이상 피할 수 있는 희망 있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온난화가 지금처럼 방치되면 바다 생물 종(種)이 앞으로 300년 안에 과거 5차례 대멸종 때처럼 사라지는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프린스턴대학 지구과학 교수 커티스 도이치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생태생리학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을 통해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양 생물 종의 멸종 위험을 분석한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현재와 같이 온난화가 지속하면 2300년께 해양 생물 종이 페름기 말 대멸종에 필적하는 멸종 사태에 당면할 것으로 예측했다.
약 2억5천만 년 전에 발생한 페름기 말 대멸종은 화산 폭발로 촉발된 온난화로 수온이 오르고 산소가 고갈되면서 해양 생물 종의 90% 이상이 사라졌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에서 페름기 말 대멸종의 해양 생물 종 상황을 분석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을 개발해 열대 바다보다 극지 바다에서 더 심각한 멸종이 진행된 점을 밝혀냈으며, 이는 화석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이번 연구에서도 같은 모델을 활용해 미래의 바다를 예측했다.
햇빛과 구름, 해류와 대류 등의 복잡한 상호작용 등을 고려한 바닷물 온도 상승과 용존 산소량 저하 등에 맞춰 생물 종이 견딜 수 있는 생리적 한계를 분석했다.
바다는 화석연료 이용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하고 열을 가둬둠으로써 지구온난화를 저지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해수 온도는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대치로 치솟고 용존산소량은 최저치로 낮아지며 온난화의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진행되면 열대 바다의 종은 고위도 해역으로 옮겨가 생존할 수도 있지만 극지의 생물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지구에서는 완전히 사라져 멸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럿거스대학 생태학 부교수 말린 핀스키 박사 등은 이와 관련해 함께 실린 논평에서 "기후변화는 사실상 생물 종을 지구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온실가스 방출을 줄여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억제한다면 해양 생물 종의 대멸종 위험을 7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제시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2100년께 지구온난화가 멈추고 해양 생물 종의 약 4%만 희생되는 수준에서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도이치 박사는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에서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의 위협을 경고하지만 무시되는 과학자와 같은 기분이 든다면서 기후변화는 영화 속 혜성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에서처럼 지구는 현재 사는 사람들에게 미래를 결정하는 큰 권한을 부여한 중요한 순간에 있다고 지적하고, "큰 권한에는 그만큼 큰 책임이 따르지만, 권한만 알고있지 미래 세대와 수백만 년 간 지구를 공유해온 다른 모든 생명체에 대한 책임에 관해서는 배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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