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재로 소유스 로켓 앞날 '캄캄'…스페이스X 수혜
소유스 입지 흔들리며 수십억달러 우주발사시장 '무주공산'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세계 우주항공업계의 최고 '베스트셀러'인 소유스 로켓의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미국 스페이스X와 같은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게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서방 세계의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와 이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 조치로 소유스 로켓은 세계 우주발사 시장에서 신뢰를 잃게 됐다.
러시아 정부가 외국 기업과 계약을 변경하고 물품 인도를 중단하며 서방 고객의 자산을 압류하려 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이달 초 미국 회사에 로켓 엔진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들 엔진은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합작사인 '유나이티드 런치 얼라이언스'와 미국 항공우주·방위산업 업체 노스럽 그러먼에 인도될 예정이었다.
로스코스모스는 또한 영국이 러시아에 적대적이라며 위성 인터넷 업체 '원웹'(OneWeb)의 위성들을 군사용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이들 위성을 발사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원웹의 일부 지분은 영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다.
원웹은 이에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면서 소유스 로켓을 이용한 올해 6차례의 발사 계획을 모두 취소했다. 원웹은 그동안 지구 저궤도에 배치한 위성 428기를 모두 소유스 로켓을 이용해 발사해 왔다.
리서치·자문회사 '퀄티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소유스의 연평균 20회 발사 중 3분의 1가량이 상업용 고객을 대상으로 했다.
이 회사의 선임 애널리스트는 "러시아 정부가 소유스의 상업적 잠재력을 죽였다"며 "러시아 정부의 행위는 전 세계 발사체 이용 목록에서 소유스를 영원히 퇴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코스모스가 제작한 소유스 로켓은 1966년 도입된 이래 현재까지 우주비행 횟수가 약 2천회에 달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11년 우주왕복선을 퇴역 조치한 이후 소유스 로켓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등장하기 전까지 소유스 로켓은 미국 우주비행사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의 보복성 조치로 소유스 로켓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스페이스X, '로켓랩 USA', 프랑스의 우주발사 서비스 기업 '아리안스페이스' 등 경쟁사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우주발사 시장이 열리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 로스코스모스가 거부한 원웹 위성의 발사 계약은 스페이스X가 가져갔다.
로켓랩은 신형 로켓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고, 아리안스페이스는 소유스 고객들을 내년에 '아리안 6' 로켓에 실어나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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