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주유소 가기 무섭다"…휘발유 이어 경윳값도 고공행진
이번주 경유 전국 평균 1천918원…2008년 7월 이후 14년 만에 최고가
러 경유 의존도 높은 유럽 주문폭증 영향…휘발윳값 2012년 10월 후 최고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 경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주유소의 경유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경유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국제 경유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각국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 시행 또는 검토 소식이 가격 상승세를 더 부추기는 상황이다.
국제 경유 가격을 2~3주가량의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국내 주유소의 경유 가격은 2008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이에 경유 차를 주로 이용하는 화물·물류업계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넷째주(3.20~24) 전국 주유소의 경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15.6원 오른 L(리터)당 1천918.1원이었다.
2008년 7월 넷째 주(1천932원)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가다.
통상 국내 경유 가격은 유류세 차등적용의 영향으로 휘발유보다 200원가량 저렴한데 최근 경유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면서 휘발유와의 가격 차이가 이번 주에는 84원으로 좁혀졌다.
서울 지역의 경유 가격은 주중 L당 2천원을 넘기도 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낮추고 생산을 줄이면서 유럽지역의 경유 재고가 바닥까지 떨어졌는데 이 와중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자 국제시장에서 경유 주문이 폭증해 공급 부족현상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대(對)러 제재 차원에서 미국이 최근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를 내리면서 국제 유가가 한 차례 뛰었고, 이어 유럽연합(EU)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되면서 국제 경유 가격까지 치솟았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럽의 경유 수입량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에 달한다.
전날 오후 기준으로 보면 일일 평균 전국 주유소의 경유 판매 가격은 L당 1천919.7원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가격이 높은 제주도는 L당 2천23원으로 이미 2천원선을 돌파했고, 서울은 1천998원이었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역전한 경우도 있다.
경유는 화물차량이나 택배 트럭 등 상업용 차량, 굴착기, 레미콘 등 건설장비의 연료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경유 가격 급등으로 부담이 커진 화물단체들이 거리로 나와 정부에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대한석유협회는 "국제 경유 가격 상승 추이를 고려할 때 국내 경유 가격도 당분간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달 넷째주 휘발유 가격은 전주보다 7.5원 오른 L당 2천1.9원을 기록했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10주 연속 상승해 2012년 10월 넷째주(2천3.8원) 이후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최고가 지역인 제주의 휘발유 가격은 전주보다 9.1원 오른 L당 2천108.2원, 최저가 지역인 전북의 휘발유 가격은 전주 대비 6.3원 오른 1천974.9원을 기록했다.
국제유가도 이번 주 상승세를 나타냈다.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가격은 이번 주 배럴당 112.1달러로 전주보다 8.2달러 올랐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전주보다 8.9달러 오른 배럴당 130.1달러, 국제 경유 가격은 21.3달러 오른 배럴당 147.5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한편 정부는 당초 내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유류세 20% 인하 조치를 3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유류세 20% 인하 조치시 이론상으로 L당 휘발유는 164원, 경유는 116원의 가격 하락 효과가 있다.
정부는 국제 유가가 더 가파르게 오를 경우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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