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당국, 상장사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 공시 의무화한다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도…일부 상장사는 협력사·물류 등 간접 총배출량도 공시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미국 증권당국이 상장사의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과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의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날 발표한 규제안에 따르면 상장기업은 온실가스 직·간접 배출량(스코프 1·2)을 공시하고 배출량 추정치에 대해 독립적인 외부 기관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중대하다'(material)라거나 상장사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에 그런 내용이 포함된 경우엔 소비자, 협력사, 물류 등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의 간접 총배출량(스코프 3)까지도 공시해야 한다.
상장사는 또한 자신의 사업과 전략, 전망에 기후변화가 미치는 실제적 또는 잠재적 영향도 공시해야 한다. 그런 영향엔 탄소세와 같은 새로운 규제뿐 아니라 물리적 리스크도 포함된다.
탄소배출 감축 목표나 청정에너지로 이행 계획을 공표한 상장사는 언제까지, 어떻게 그런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도 밝혀야 한다.
이번 규제안은 초안으로, SEC는 대중의 의견을 수렴한 후 올해 하반기에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로이터는 배출량이 중대한지 여부를 상장사가 판단하게 돼 있어 얼마나 많은 상장사가 스코프 3을 공시하게 될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의 자료에 따르면 북미 기업의 35%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치를 설정했는데 이들의 계획에는 스코프 3가 들어있지 않다.
WSJ은 한 SEC 관료의 말을 인용해 S&P500 지수에 포함된 상장사 대부분이 스코프 3을 공시하게 될 것 같다고 보도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투자자와 자산운용사들이 기후변화 관련 공시가 좀 더 표준화되기를 바랐다면서 "상장사와 투자자 모두 명확한 통행규칙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와 공화당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미 상공회의소는 이번 규제안이 너무 지시하는 방식이고 투자자들에게 중요하지 않은 자료들의 제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공화당의 패트릭 투미 상원 의원은 이번 규제안이 "SEC의 임무에서 너무 많이 벗어났다"고 비판했다.
이와 달리 미국 자산운용협회(ICI)는 이번 규제안으로 투자자들이 비교 가능하고 일관성이 있는, 양질의 많은 정보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로이터는 SEC가 상장사에 스코프 3 수준의 공시를 요구할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 측의 헤스터 퍼스 SEC 위원도 이날 발표한 6천300자짜리 반대 성명에서 이런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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