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베트남 '격리 면제국' 제외 결정에 교민사회 '발끈'

입력 2022-03-21 18:03
수정 2022-03-21 19:21
한국 정부, 베트남 '격리 면제국' 제외 결정에 교민사회 '발끈'

내달 1일부터 시행…귀국 일정 취소 등 피해 속출

"양국간 외교 갈등·한국 기업 손실 초래" 우려도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한국 정부가 오는 4월 1일부터 베트남을 격리 면제국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현지 교민사회에서 강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21일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및 주베트남 상공인연합회(코참) 및 한인회 등에 따르면 한국 질병관리청의 이번 결정을 비난하는 교민들의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오는 4월 1일부터 파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격리 대상국에서 빼는 한편 베트남을 새롭게 추가했다.

이에 따라 내달부터 베트남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미얀마 등 3개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내외국인의 경우 백신 접종을 완료했더라도 7일간 격리를 거쳐야 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베트남에 거주중인 대다수의 한인들은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달말까지 격리 면제국으로 지정됐다가 갑자기 다음달부터 격리 대상국으로 바뀐 이유를 알려달라는 민원이 한국대사관에 제기되고 있다.

귀국 일정을 급히 취소하고 비행기표를 환불하는 등 피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이 연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를 기록하는 와중에 '신남방 정책'의 핵심 포스트인 베트남을 홀대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21년 외교부의 '재외동포 현황'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 내 한국인은 15만6천여명에 달한다.

이는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수치이며.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9천여개에 달한다.

코참 김한용 회장은 "이번 조치는 양국간 갈등을 일으키고 한국 기업들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 "본국 정부가 하루 빨리 베트남을 다시 격리 면제국으로지정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조치로 인해 경영 환경이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자칫 양국간 갈등으로 비화될까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15일 2년만에 한국을 비롯한 13개국에서 오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비자를 면제해주기로 하는 등 관광 목적의 입국을 전면 개방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인들은 비자 없이도 최대 15일간 베트남 체류가 가능해졌다.

또 입국시 음성 확인서를 지참하면 격리를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 방역 지침을 대거 완화했다.

반면 한국의 이번 조치는 베트남 정부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에 교민 사회를 비롯해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베트남의 방역상황과 우리 교민들의 어려움을 본국의 유관 부처에 적극 전달해 불편함이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날 오후 박노완 대사 주재로 한인회와 코참 등 한인단체 관계자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해 본국 외교부에 전달키로 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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