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봉쇄 선전시 주민들 '느린 삶'에 적응 중"

입력 2022-03-17 13:37
"도시 봉쇄 선전시 주민들 '느린 삶'에 적응 중"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4개 거대도시 중 처음으로 '도시 봉쇄'에 들어간 광둥성 선전시에서 시민들이 불편함 속에서도 '느린 삶'(slow life)에 적응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명보는 17일 "선전시 봉쇄 3일째인 16일 푸톈 등 6개 구에 대해 외출 금지 명령이 내려지는 등 봉쇄 수위가 강화되는 지역이 늘어났지만, 그외 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외출해 음식을 살 수 있고 반려견 산책도 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선전시 난산구의 주민 밍모 씨는 "슈퍼마켓에 가면 선택지가 줄어들긴 했지만 공급은 충분하다"며 "봉쇄 첫날 온라인으로 맥주 4캔을 주문해서 지정된 수령 장소에서 찾아왔는데 이제 집에서 천천히 한숨을 쉬며 마시려 한다"며 웃기도 했다.

그는 24시간 음성확인서만 있으면 외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샤오옌 씨는 불시에 주거지 봉쇄 통보를 받았으며,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서만 하루 한차례 집 밖으로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외출 금지는 사전 예고 없이 내려졌다. 선전의 봉쇄와 통제는 홍콩과 같지 않다"면서도 "외출 금지가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전수 검사 결과가 다 나오면 봉쇄가 풀릴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보는 현재 선전 주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매일 받아야 하지만 검사소가 대체로 주거지마다 있어 멀리 갈 필요가 없고 검사에는 30분가량 소요된다고 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선전 정부가 봉쇄 기간 이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 서점과 온라인 예술 강의·전시 무료 이용권 300만 장을 배포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싱글 남녀를 위한 온라인 데이트 주선에도 나섰다고 전했다.

선전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조에이 저우 씨는 16일 무인기(드론)가 아파트 바깥에서 비행하며 방송하는 것을 발견했다. 지역 당국이 싱글 남녀의 소개팅을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을 통해 주선하고 있으니 참여하라는 내용이었다.

저우 씨는 "봉쇄가 풀려 서로 대면하기 전까지는 (소개팅 상대와) 온라인을 통해 관계를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선전시 당국은 일주일간 도시 봉쇄 속에서도 개인의 자유를 일정 수준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상이 멈춘 것이 아니라 '느린 삶'이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한다"고 전했다.



봉쇄 속에서도 선전시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배달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위해 노숙하는 배달 노동자들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주거지별 봉쇄 수준이 달라 귀가했다가는 다시 일하러 나갈 수 없을까 봐 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자거나 거리 벤치에서 노숙자처럼 잠을 자는 배달 노동자의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있다고 명보는 전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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