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 재건축 등 정비사업 활성화 기대…집값 불안 가능성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시 단기 집값은 하락…보유세 개편은 변수
규제 완화, 재건축·1기 신도시 개발 호재…장기적으로 가격 끌어올릴 수도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가 부동산 정책이었던 만큼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인은 취임 직후 왜곡된 시장의 정상화를 위한 규제 완화에 나설 공산이 크다.
당장 많은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으로 꼽고 있는 부동산 세금 정책 개선을 비롯해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임대차 3법 개정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일단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완화가 시행되면 다주택자 보유 매물이 줄면서 가격이 하락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규제 완화, 개발 정책 등과 맞물리며 주택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 부동산 세제 확 달라지나…양도세 중과 풀면 단기 집값 하락 가능성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부담을 줄이고, 양도소득세·취득세를 경감해 현재 끊기다시피 한 시장 거래를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주택 공시가격 2020년 수준으로 환원,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2년 한시적 유예, 취득세 누진세율 재정비 등은 윤 당선인이 내세운 부동산 세제 관련 공약의 골자다.
이 가운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 적용을 최장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겠다는 공약은 이른 시일 안에 이행이 가능하고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는 국회를 거쳐야 하는 법률 개정이 아닌 정부의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시행령은 정부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통과 절차만 거친다.
만약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한꺼번에 나오면 주택 가격은 단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일시적으로 한꺼번에 나오면 현재 약보합세인 집값이 단기적으로 하향 안정화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2년 유예 조치는 다주택자의 한시적 매물 출회를 기대할 수 있다"며 "대기 수요와 인기가 많은 지역의 '똘똘한 한 채'보다는 비선호 지역의 매물 증가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가장 빨리 집값을 하향 안정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은 다주택자에 대한 한시적 양도세 중과 배제"라면서도 "다만 대통령의 취임일(5월 10일) 등의 일정을 고려했을 때 보유세 기산일(6월 1일) 이전에 시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거래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 취득세 중과 개편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취득세는 규제지역 2주택이 8%, 3주택 이상이나 법인은 12%의 징벌적 중과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이에 윤 당선인은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취득세 누진세율을 손보고, 생애최초주택 구매자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면제하거나 1% 단일세율을 적용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종부세와 양도세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취득세까지 높인 것은 정상적인 부동산정책으로 보기 어렵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한시 중과 배제로 시장에 매물이 출회되고, 취득세 중과 완화로 거래에 숨통이 트이면 단기적인 집값 안정세가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종합부동산세·재산세 통합, 종부세율 세부담 상한 완화, 공정시장가액비율 95% 동결 등의 보유세 개편은 법 개정 사항이어서 단기간 내에 시행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보유세 완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공시가격 로드맵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설 경우 반대로 일부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가며 주택 매도를 보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등 집값 상승 압력도
전문가들은 대선 이후 정책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되겠지만 일단 집값 하향 안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초강력 대출 규제를 풀지 않는 이상 돈을 빌려 집을 사기 어려워진데다 추가 금리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향후 집값 상승을 견인할 대외적 변수가 산재해있고, 윤 당선인이 내건 부동산 공약이 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힌 만큼 기대 심리를 자극해 중장기적으로는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길 소지가 있다.
우선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또다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개연성이 있다.
올해 미국이 본격적으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들어가면서 긴축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기준금리가 연 1%대인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또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발표한 3기 신도시의 토지보상금이 올해에만 32조원이나 풀린다는 민간 부동산 개발 정보회사의 분석도 나왔다.
여기에다 오는 8월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돌아오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던 매물이 시장에 한꺼번에 나오면 전셋값이 또 한 번 급등할 우려가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셋값이 오르면 집값을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윤 당선인은 현행 4년(2+2년)으로 정해진 계약갱신요구권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새 정부 출범 후 야당이 되는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수(현재 172석)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 차기 총선이 치러지는 2024년 4월 10일까지는 법 개정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올해부터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기준금리 인상도 예고됐으나 윤 당선인이 신혼부부·청년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80%로 올리겠다고 공약함에 따라 LTV 80%가 적용될 매매가 9억원 이하 주택의 가격이 상승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아파트의 LTV는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40%, 조정대상지역은 50%로 제한된다.
또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 있는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아예 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고, 9억원 초과분은 LTV가 20%에 불과하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대출 규제 완화의 최대 수혜자는 9억원 이하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라며 "매매가 9억원 이하의 중저가 주택 시장에서 매수세가 재개되며 관심이 다시 집중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 ▲ 도심 내 용적률 최대 500%까지 상향 ▲ 준공 30년 이상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 ▲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주택 리모델링 규제 완화 ▲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C 노선 연장과 E·F 노선 신설 등 윤 당선인의 공약 대부분이 집값 상승 기대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들이다.
특히 재건축 규제 완화가 기대되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와 분당·평촌 등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이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시의 35층 층고 규제 폐지와 맞물려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따른 기대감이 커지면서 서울 재건축 단지나 1기 신도시 노후 단지에서 호가 위주로 단기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GTX와 같은 주요 개발 호재가 취소될 일이 없고, 대규모 주택공급 방안이 단기간에 완성되기도 어렵다"며 "당분간은 기대 심리와 물량 부족으로 인해 집값 상승의 방향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dfla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