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미국·유럽, 대러 에너지 제재 놓고 온도차(종합2보)

입력 2022-03-08 04:38
수정 2022-03-08 11:41
[우크라 침공] 미국·유럽, 대러 에너지 제재 놓고 온도차(종합2보)

미 국무 "유럽과 러 원유 금수 논의"…독 총리 "러 에너지, 유럽 일상에 필수"

영국·네덜란드·캐나다 정상, 에너지 제재 방안 논의



(런던·브뤼셀=연합뉴스) 최윤정 김정은 특파원 =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전방위 제재를 가한 가운데 추가로 거론되고 있는 러시아산 에너지를 겨냥한 조치를 놓고 미국, 영국, 그리고 유럽 국가 간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상대적으로 강경한 입장인 것과 달리 독일을 비롯한 다수 유럽국 가는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가스 등 에너지를 당장 대체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수입 금지 조치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한 제재에서 러시아 에너지를 제외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AP, AFP 통신 등이 전했다.

숄츠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유럽은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을 일부러 제재 대상에서 제외해왔다"면서 "유럽에 난방, 이동, 전력, 산업을 위한 에너지 공급은 현재로서는 어떤 다른 방식으로 보장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그것은 그래서 공공 서비스 제공과 우리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유럽연합(EU) 안팎의 파트너들과 몇 달 동안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대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하지만 그것은 하룻밤 사이에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전날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이 유럽 동맹국들과 러시아의 원유 수출 금지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도 스페인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에 모든 옵션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적어도 초기에는 유럽 동맹의 참여 없이 독자적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런던에서 회담한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 정상회담에서도 에너지 제재와 관련해서 의견을 나눴지만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에 너무 의존하는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3주 전에는 절대로 고려되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 논의되는 것을 보고 있다"면서 "러시아 탄화수소, 석유, 가스 의존에서 되도록 빨리 벗어날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또 향후 며칠 내에 에너지 공급 전략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자체 화석연료를 더 많이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탄소배출 삭감 약속을 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만, "하룻밤 사이에 러시아 에너지 사용을 끊을 수는 없다"며 단계적 탈피를 제안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이와 달리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즉시 중단하라고 강요하면 유럽 등 세계의 공급망을 망가뜨리고 결국 우크라이나에도 영향을 주는 등 엄청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뤼테 총리는 변화는 꾸준히 하는 것이지 갑자기 이루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처럼 서방 각국의 입장이 다른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에 대한 의존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자 주요 원유 공급국이다. 특히 EU는 연간 천연가스 필요량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2020년 EU의 러시아 수입품 규모는 953억 유로(약 127조5천247억원) 상당으로 이 가운데 70%는 석유와 가스이며, 농업, 원자재, 화학약품, 철강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미국의 수입 원유 중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다. 또 휘발유와 디젤 생산에 필요한 연료유 등 석유제품까지 포함할 경우 8%가량이다.

영국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도 5%에 못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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