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 처벌 강화·공무원 자격 완화'…중국 양회 제안 봇물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지난 4일 개막한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다양한 정책 제안이 쏟아졌다.
특히 중국인들의 공분을 사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쇠사슬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인신매매 범죄 처벌 강화 요구가 잇따랐다.
쇠사슬녀는 장쑤(江蘇)성 쉬저우(徐州)의 한 판잣집에서 쇠사슬에 목이 묶여 학대당한 40대 여성을 지칭한다.
지난달 한 블로거가 영상을 통해 폭로한 뒤 농촌을 중심으로 인신매매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음을 보여줘 분노를 샀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천웨이(陳瑋) 전인대 대표는 "유괴와 인신매매는 국가가 중점적으로 단속해야 할 중대 범죄"라며 "근절을 위해 솜방망이 처벌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지난 4년간 발생한 500여 건의 여성·아동 유괴 범죄 연루자 중 10여 명만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유괴가 인신매매로 이어진 350여 건에 관련된 자들 대부분은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고 부연했다.
장바오옌(張寶艶) 전인대 대표도 "인신매매 사범은 공소시효 없이 끝까지 책임을 추궁하고, 범죄 사실이 드러나면 무기징역 이상의 중형에 처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자"고 건의했다.
일부 전인대 대표들은 인신매매나 유괴로 강제 결혼했거나 자녀로 입양한 사실이 드러나면 혼인과 가족 관계를 무효화시키자고 제안했다.
청소년들의 인터넷 게임을 막기 위해 안면 인식 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리쥔(李君) 전인대 대표는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미성년자들은 평일에는 하루 1시간만 하도록 규제했으나 부모 명의로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게임 업체들이 안면인식 인증제를 도입, 신분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성난(蔣勝男) 전인대 대표는 공무원 시험 응시 자격을 완화하자고 건의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공정한 취업 기회를 주고, 풍부한 경험이 있는 중장년들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서는 대학 졸업 학력과 35세 이하로 못 박은 공무원 시험 응시 제한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루신(盧馨) 전인대 대표는 "부부가 공동으로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여성뿐 아니라 남성 육아 휴직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그는 출산 장려를 위해 여성 출산 휴가를 최대 190일까지 연장했으나 남성 육아 휴직은 평균 15일에 불과하다"며 "이는 육아 책임을 전적으로 여성에게 돌리는 것으로, 남성 육아휴직도 30일 이상 늘려여 한다"고 강조했다.
정협 위원인 바이두(百度) 리옌훙(李彦宏) 회장은 중국이 자율주행차 시대를 열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정책 지원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는 자율주행 시스템 '아폴로(Apollo)'를 개발, 작년 11월 베이징에서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 유료 서비스를 개시하는 등 중국 자율주행차 사업을 선도하고 있다.
중국 최대 에어컨 업체 그리(Gree)가전의 회장인 둥밍주(董明珠) 전인대 대표는 공동 부유 실현을 위해서는 고소득자들이 세금을 더 내고 봉급자들의 세 부담은 덜어줘야 한다며 소득세 과세 기준액의 상향 조정을 제안했다.
중국청년보가 지난달 25일부터 사흘간 전국 7만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70.5%가 양회에 관심을 보였고, 99%의 응답자는 소득 격차 해소, 취업난 해결, 연금 개선 등 민생 문제 해결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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