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경험이다"…MWC 관통한 열쇳말

입력 2022-03-04 09:00
"메타버스는 경험이다"…MWC 관통한 열쇳말

국내 통신 3사도 관심…대응은 각양각색

삼성전자 "메타버스 플랫폼 기기 준비 중"



(바르셀로나=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물론 미국 윌리엄-웹스터, 롱맨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단어, 메타버스.

초월하다는 뜻의 접두사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것으로 한국에서는 '3차원 가상세계'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지난달 28일부터 3월 3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를 관통한 열쇳말이었다.

MWC가 올해 테마로 선정한 메타버스는 마지막 날을 제외하고 전시회 기간 내내 콘퍼런스와 패널 토론을 달궜다.

콘퍼런스 발제자로 나선 미국 퓨처스인텔리전스그룹의 최고메타버스책임자(CMO) 캐시 해클은 아직은 메타버스를 정의하기보다는 이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해클 CMO는 메타버스를 가상 공간에서 공유하지만 가상 공간은 물론 실제 세계에서도 벌어지는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메타버스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모바일 인터넷의 다음 단계가 되겠지만, 그렇다고 '웹3.0'으로 부를 수는 없다고 정의했다.

웹1.0이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단계, 웹2.0이 소셜미디어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전자상거래로 경제 활동을 하는 단계라면 웹3.0은 사람과 공간, 사물을 연결하는 단계다.

해클 CMO는 앞으로 메타버스가 웹 3.0의 대부분을 차지하겠지만, 메타버스는 미래의 인터넷에서 갖는 경험 그 자체를 지칭한다는 데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메타버스는 한 기업이 한가지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개념이 아니고, 다양한 기술로 많은 기업이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동통신사들에게는 크나큰 기회라고 단언했다.

메타버스를 제대로 구축하려면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고, 대기 시간을 줄이고, 시스템 용량을 높이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메타버스에 접속할 연결 기기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인프라를 구축하고, 메타버스 접속 기기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메타버스 안에서 대체불가토큰(NFT) 거래와 게임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데 통신사가 수행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도 이런 흐름에 맞춰 메타버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회사마다 결이 조금씩 달랐다.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온 SKT는 지난해 7월 국내에 선보인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올해 전 세계 80개국에 진출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영상 SKT 대표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통신회사 중 메타버스를 제대로 하는 회사는 SKT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MWC에서도 메타버스 분야에서 협력하자는 미팅 콜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인류가 추구하는 새로운 영역에는 우주, 해저, 가상세계 등 3가지가 있다며 "인류가 가고자 하는 꿈과 일치하기 때문에 메타버스는 성공하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T와 달리 KT와 LG유플러스에서는 관련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되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읽혔다.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을 이끄는 윤경림 사장은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메타버스에 있어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며 "다양한 시험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는 한편 다른 유수의 콘텐츠 회사들과 제휴를 강화하고, K뱅크 등을 활용해 메타버스 안에서 가상거래 플랫폼을 구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도 지난 1일 국내 기자 대상 간담회를 하고 "메타버스에 아주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며 "확장현실(XR) 콘텐츠가 메타버스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 대표는 "메타버스가 대세인 것은 맞지만 큰 플랫폼부터 제시하기보다는 메타버스 개념을 집어넣었을 때 더 좋은 가치가 나오는 서비스를 먼저 내는 게 전략 방향"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에서 DX(Device Experience) 부문을 총괄하는 한종희 부회장은 MWC 전시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메타버스 플랫폼 기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타버스가 "요즘의 화두"라고 말한 한 부회장은 올해 안에 메타버스 플랫폼 기기를 기대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제품의 완성도가 중요하다. 잘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고만 답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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