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서방이 정조준한 '올리가르히'란…푸틴과 결탁한 신흥부호
소련 붕괴 후 부·권력 축적한 재벌·관료 지칭…푸틴 압박 위해 제재
일부는 전쟁 반대 메시지…상당수 자금 빼돌려 추적 쉽지 않을 수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우리는 당신의 요트와 호화 아파트, 개인 전용기를 찾아내 압류하겠다. 당신이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이익을 가지러 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후원 세력이란 평가를 받는 러시아 재벌의 부정행위에 대한 강력한 수사 의지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칭한 '당신'은 '올리가르히'(oligarch)다. 원래 이 단어는 정치학에서 소수 그룹이 이끄는 권력 시스템, 즉 과두제를 뜻한다.
하지만 이 단어가 러시아에 적용될 때는 1991년 소련이 붕괴한 뒤 부와 권력을 얻은 신흥 재벌과 관료들을 지칭하는 말로 통용된다.
푸틴 대통령의 이너서클에 있는 인사나 오랜 동지 등 푸틴과의 관계에서 이익을 본 사람도 있고, 소련 붕괴 후 민영화의 물결을 타고 혜택을 본 이들도 있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군사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자원을 제공하는 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게 서방의 인식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때 서방의 제재 대상에 올랐고,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은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제재 대상자를 추가했다.
이들을 제재하고 조사할 경우 푸틴 대통령에 대한 압력을 키울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 법무부는 러시아 재벌의 범죄를 쫓기 위해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프랑스 정부는 3일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의 이고르 세친 회장과 관련된 호화 요트를 남부 항구에서 압류하는 등 올리가르히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러시아 부호들이 서방의 제재로 인한 몰수 등을 피하기 위해 호화 요트를 몰디브, 몬테네그로 등으로 옮기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일부 올리가르히는 우크라이나전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러시아 최대 민간은행 알파은행 설립자인 미하일 프리드만은 최근 "전쟁은 결코 해답이 될 수 없다. 지금의 충돌은 모두에게 비극"이라는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냈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 회사 '루살'의 총수이자 푸틴 측근으로 알려진 올레그 데리파스카도 텔레그램 계정에서 "평화는 매우 중요하다. 가능한 한 빨리 평화회담을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우크라이나 요청에 따라 러시아와 협상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2일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구단을 매각해 순수익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의 재산을 찾아내 몰수하고 징벌을 하겠다는 서방의 생각이 희망대로만 실현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부를 축적한 이들은 여러 겹의 위장기업이나 지인 등을 통해 자산을 찾아내기 어렵게 만들놨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 소송 컨설팅 전문업체 대표는 CNN방송에 "요트와 비행기를 압류할 수 있겠지만 이들은 전 세계에 걸쳐 자금을 숨겨뒀다"며 대부분 자금은 이미 실명으로 돼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서방은 올리가르히가 푸틴과 긴밀한 관계로부터 이익을 얻고 자산 매입과 투자를 통해 지역 경제를 부양했다고 본다며, 이제는 전 세계 당국이 이들을 압박하는 것을 푸틴을 압박하는 방법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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