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옹호에도 앞장선 투투 대주교…"영원히 감사"

입력 2021-12-28 10:45
수정 2021-12-28 12:02
성소수자 옹호에도 앞장선 투투 대주교…"영원히 감사"

투투 대주교 "신이 동성애를 혐오한다면 숭배하지 않을 것"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권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데즈먼드 투투 명예 대주교 선종 이후 성 소수자(LGBTQ) 단체 등에서도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고 CNN 등이 27일(현지시간) 전했다.

반(反)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차별정책) 투쟁으로 1984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투투 대주교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사회의 소수자를 겨냥한 혐오에 단호히 맞섰고, 특히 성적인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강력히 반대하며 이들을 지지해왔다.

생전에 유엔의 '자유&평등 캠페인'에도 활발히 참여했던 그는 성적 성향으로 차별받는 이들의 투쟁을 아파르트헤이트에 비유하곤 했다.

2007년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만약 신이 동성애를 혐오한다면 그 신을 숭배하지 않겠다. 동성애를 혐오하는 천국에 가는 것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투투 대주교는 성 소수자에 대한 성차별과 폭력에 대해서는 "나는 성 소수자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로 불이익을 받을 때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했던 것과 같은 열정으로 그러한 부당함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성 소수자 관련 국제단체에 따르면 아프리카 54개 국가 가운데 32개 나라에서는 동성 관계가 불법이다.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곳은 현재 남아공이 유일하며, 세네갈과 가나는 동성애자 관련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성 소수자 권리 옹호 단체인 '휴먼라이츠 캠페인'(HRC)의 조니 매디슨 임시 대표는 그의 트위터 계정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해 나섰던 투투 대주교의 행동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에게 영원히 감사한다"고 말했다.



미국 최초의 동성애자 주교인 진 로빈슨 성공회 주교도 투투 대주교가 생전 보여줬던 성 소수자 인권 보호 운동에 감사를 표했다.

투투 대주교는 2008년 성 정체성 문제로 로빈슨 주교가 교단에서 차별을 받던 당시 그를 옹호한 바 있다.

로빈슨 주교는 "투투 대주교는 자신이 억압받았던 경험을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사용했다"고 말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한편, CNN에 따르면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성공회 목사였던 투투 대주교의 딸 역시 2016년 동성과 결혼한 뒤 강제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던 아픔을 지니고 있다.

투투 대주교의 딸은 당시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여성의 서품을 위해 활동했고, 제대에 설 때마다 그것이 아버지의 유산임을 되새겼다"며 "(동성과의 결혼으로)사목에서 물러자는 것이 정말 고통스럽다"고 고백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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