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득세에 불편?…브라질 극우 대통령, 칠레 대선 결과에 침묵
외교부 성명도 없어…일각 "양국 관계 껄끄러워질 가능성" 우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칠레 대선 결과에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남미 지역 대부분 국가의 정상이 칠레 대선에서 승리한 좌파 가브리엘 보리치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으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무런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고 브라질 매체들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브라질 외교부 관계자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 때문에 외교부의 관례적인 성명 발표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칠레 대선 결과에 대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늦어질수록 양국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칠레를 묶는 이른바 '남미 ABC'가 협력보다는 갈등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발언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019년 10월 아르헨티나 대선 때도 좌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의 승리로 끝나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당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페르난데스가 브라질 '좌파의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과 가깝다는 이유로 대선 승리 축하는커녕 "아르헨티나 국민이 최악의 선택을 했다"고 악담을 했고, 페르난데스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브라질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2003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후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브라질-아르헨티나 우정의 날'을 기념하는 화상회의를 통해 처음 마주 앉았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지금껏 대면 접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칠레 대선 결과에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 것은 내년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자신이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각종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룰라 전 대통령에게 큰 격차로 뒤지고 있다.
현 상황이 계속되면 룰라 전 대통령이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로 당선을 확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어 재선 도전에 나선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걱정이 적지 않다.
더욱이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룰라는 '최고', 보우소나루는 '최악'이라는 조사 결과도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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