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인종차별 논란…'젓가락' 발언에 말레이 화교 발끈
정권은 말레이계, 상권은 중국계가 잡고 오랜 갈등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전 총리가 "중국계는 손이 아닌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는다"고 발언해 자국 내 말레이계와 중국계 갈등이 재연됐다.
17일 베르나마통신 등에 따르면 마하티르 전 총리는 지난 12일 자신의 신간 출판기념회에서 사회자로부터 말레이시아가 중국계 동화 정책을 채택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마하티르 전 총리는 "예컨대, 중국인들은 손이 아니라 젓가락으로 먹는다"며 "그들은 말레이시아의 식사법을 따르지 않는다. 그들은 말레이시아가 아닌 중국의 정체성을 가진 젓가락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이어 인도네시아의 중국계는 인구가 적어 현지 사회에 동화됐으나, 말레이시아의 중국계는 그들 자신만의 공동체를 꾸리고 생활방식을 보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하티르 전 총리의 젓가락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뒤 현지 화교 사회는 '또다시 갈등을 부추기느냐'며 들썩였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계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중국계가 20%, 인도계가 7%를 차지한다.
중국계가 상권의 80%를 장악하고 있지만, 정치 권력은 말레이계가 쥐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말레이계에 대입 정원 할당과 정부조달 계약상 혜택 등 우대정책을 펼쳐 사회·경제적 지위를 끌어올렸지만, 중국계와 인도계로부터 인종 간 차별정책을 펼친다는 비판을 받았다.
말레이시아 화교협회는 성명을 통해 "마하티르 전 총리의 시대에 뒤떨어진 세계관과 편협한 사고가 말레이시아의 인종 관계를 해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화교협회는 말레이시아 국민이 마하티르 전 총리의 발언에 흔들리지 말고, 보다 개방적이고 진보적으로 서로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 하나로 더 뭉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화교협회 사무총장은 "96세의 마하티르 전 총리가 좀 더 노련하게 현안에 접근하길 바란다"며 "유감스럽게도 그는 여전히 극단적이고, 다른 민족과 문화에 대해 비판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치인들도 "젓가락은 중국과 대만뿐만 아니라 일본, 한국, 베트남도 잘 사용한다"며 마하티르의 발언이 분열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마하티르 전 총리의 정적인 나집 라작 전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하티르가 젓가락질하는 과거 사진을 올리고 "대단한 기술"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마하티르는 1981년 말레이시아의 총리직에 올라 22년 장기 집권했고, 이후 15년만인 2018년 5월 다시 총리에 올라 전 세계 최고령 국가 정상으로 기록됐다.
그는 작년 2월 '정치 승부수'로 총리직 사임 후 재신임을 노렸다가 총리직을 되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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