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해성 전 차관 "비핵화 진전 따라 대북제재 유연히 완화해야"
"기후변화 대응 등 새 남북협력사업 추진해야…실용적 접근 필요"
조현옥 주독대사 "통일 향한 긴호흡…남북간 평화와 공존의 시간 필요"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천해성 전 통일부 차관은 27일(현지시간) "국제사회에서 하고 있는 대북제재를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필요하면 유연하게 조금 더 완화하는 방안까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베를린 청년컨퍼런스 기조강연에서"내년 이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 돌파구를 만들려면 굉장히 실용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천 전 차관은 "2018∼2019년 남북·북미정상회담은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해 중단됐지만, 논의됐던 방안들에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실마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북핵문제는 30년 가까이 된 문제로 단계적 합의와 동시에 양측이 이행하는 과정을 통해 얼마든지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진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는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나 핵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다 중단되는 상황이지만, 인도적이거나 보건의료분야 협력을 재개할 수 있는 남북관계만이 갖고 있는 영역들을 발굴, 추진해야 한다"면서 "동서독 교류 과정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념보다는 좀 더 실용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 전 차관은 "기존에 추진해왔던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을 정상화, 재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보건의료분야나 기후변화 대응, 환경문제, 탄소 중립 등 글로벌하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대변화에 맞는 새로운 분야의 남북협력사업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그런 사업을 추진하는 게 한반도 비핵화를 앞당길 수 있다면 유엔 또는 국제사회가 정한 제재 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부에서 관료로서 30년 넘게 근무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아쉽고,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은 지속가능한 남북관계와 대북정책의 추진"이라며 "초당적 대북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여야가 같이 뜻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논의를 위해 대북특사단으로 파견됐던 천 전 차관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더불어민주당 20대 대통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평화협력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조현옥 주독대사는 이날 격려사에서 "동서독 간에는 분단 시기에도 평화와 공존의 긴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의 무게로 장벽이 무너지고 통일이 됐다"면서 "남북관계의 문이 쉽사리 다시 열리지 않고 있지만, 통일을 향한 긴 호흡, 남북 간에는 평화와 공존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하르트 슈뢰더 독일 훔볼트대 명예교수는 이날 패널토론에서 독일 통일에 비춰 한반도 통일에 관해 제언했다. 그는 "북한의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러한 전환을 할 수 있게 되는 동기부여는 북한 측이 자국에 이익이 된다고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협상 또는 합치고자 하는 대상을 우리가 통일한 이후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면 동의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기본적인 사면에 대한 전제는 꼭 가져가야 하고, 국경을 바로 여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만큼 단계적으로 과정을 통제하면서 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울리케 아우가 함부르크대 교수는 패널토론에서 "동서독 통일이 되고 나서 동독에서는 50대 이상 여성의 50%, 전체 여성의 30%가 일자리를 잃었다"면서 "많은 여성이 서독지역으로 빠져나가 서독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동독지역에 젊은 남성이 여성보다 25% 더 많아지고, 이 남성들의 교육 수준이 낮아 결과적으로 동독지역의 남초현상이 극우와 결부가 됐다"면서 "동독 내 출산율이 급격히 저하되는 사회적 문제도 낳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컨퍼런스 참가자들은 기조연설과 패널토론에 이어 그룹별로 나뉘어 한반도 평화 모델에 대해 워크숍을 했다. 컨퍼런스는 역대 최고 속도로 확산하는 독일 내 코로나19 상황을 감안,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안세경 민주평통 베를린지회 청년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한반도 통일의 모습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서 "오늘 우리는 통일의 다양한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의 그림을 함께 그려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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