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위안부 피해자 단체 이끌던 비누야 할머니 별세

입력 2021-11-24 21:43
수정 2021-11-26 09:21
필리핀 위안부 피해자 단체 이끌던 비누야 할머니 별세

'말라야 롤라스' 대표 고령으로 숨져…일본 공식사과·배상 촉구에 앞장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필리핀 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단체 '말라야 롤라스'를 이끌던 위안부 피해자 롤라 이사벨리타 비누야 할머니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0세.

24일 필리핀 ABS-CBN 방송은 비누야 할머니가 전날 필리핀 팜팡가주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비누야 할머니가 이끌던 말라야 롤라스 측은 "비누야 할머니가 가족들과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다"고 전했다.

비누야 할머니는 13세이던 1944년 일본군이 필리핀 마파니키를 급습했을 때 일본군에게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필리핀에서는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위안부 피해자 공개 기자회견이 진행된 뒤 이듬해 마리아 로사 헨슨 할머니가 처음으로 자신을 위안부 피해자라고 밝히며 일본군 성노예 문제가 공론화됐다.

같은 해 수도 마닐라 지역을 중심으로 위안부 피해자 174명이 첫 위안부 피해자 단체인 '릴라 필리피나'를 결성했고, 이후 1997년 필리핀 북부 마파니키에서 일본군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피해자 90명이 모여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 단체인 말라야 롤라스를 창립했다.

비누야 할머니는 말라야 롤라스를 이끌며 그동안 일본 정부에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 왔다.

또 필리핀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2010년과 2014년 정부를 상대로 소송도 제기했다. 하지만 이 소송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필리핀은 1956년 일본과 태평양 전쟁과 관련 배상 협정을 맺었고 이를 통해 당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모두 해결됐다고 보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도 2018년 "일본은 이미 큰 대가를 치렀으며 배상은 이미 수년 전에 진행됐다"며 "더는 (일본을) 모욕하지 말자"고 말하기도 했다.

말라야 롤라스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비누야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지만, 우리는 그가 정의를 위해 평생 싸웠던 것을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필리핀의 위안부 피해자는 약 1천명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위안부 피해자 단체의 회원 상당수가 고령으로 사망하면서 현재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생존자가 수십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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