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유럽 차세대 반도체칩에 합력해야…국가지원 필요"
"한국 등 국가지원 필요성 보여주는 사례…중국과 완전한 비동조화는 해로워"
독일 신호등 연정 협상단 빠르면 다음주 연정협약 제시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유럽국가들이 차세대 반도체 칩 제조에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 어느 국가도 혼자서만은 첨단기술의 선봉에 설 수 없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대중관계와 관련해서는 "완전한 비동조화(디커플링)는 옳지 않고, 독일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반도체 칩 개발부터 클라우드·퀀텀 컴퓨팅, 배터리 제조에서 다음 단계로 도약을 위한 비용을 조달하는 데 민간부문이 국가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과 대만 및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부양 패키지를 예로 들면서 "국가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과 대만의 사례는 정부 보조금 없이는 3㎚(㎚=10억분의 1m)나 2㎚ 수준에서 경쟁력 있는 반도체 칩 제조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적인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유럽이 주요 지역에 자체 생산시설을 가진 게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기업들이 세계 선두 수준의 퀀텀 컴퓨팅 등 뛰어난 연구기반을 활용하지 못하는 데 대해 탄식했다. 그러면서도 스마트홈 기술을 직접 활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그는 "집에 세탁기 작동이 지연되는 것 정도만 해결할 수 있다면 적당히 행복하다"면서 "솔직히 이를 넘어서 우리 집을 원격조정하려는 의향이나 시간은 없다. 머지않아 시간이 많아지면 흥미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 관계와 관련해서는 "처음에 중국과 협력을 위해 접근할 때 다소 순진했을 수 있지만, 오늘날에는 더 엄중히 보는 편"이라며 "중국과 완전한 비동조화는 옳지 않고, 우리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집권한 메르켈 총리는 그동안 12차례 중국 베이징을 공식 방문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때마다 인권 문제를 거론했으며, 지식재산권과 특허권 보호에 대해 지속해서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리커창 중국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새로 석탄발전소를 지을 때는 옛 발전소보다 효율적인 시설을 지어야 한다며 독일 기업들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한 중국은 재생에너지나 핵에너지로 전환하기 전 240개 석탄 발전소를 계획 중이거나 건설중이다.
메르켈 총리의 공식임기는 지난달 26일 종료됐다. 그는 차기 연립정부 구성까지는 대행 체제로 기존 내각을 계속 이끈다.
차기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협상 중인 독일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 주도 '신호등'(사민당-빨강·자민당-노랑·녹색당-초록) 연정 협상단은 이르면 다음 주까지 연정 협약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 올라프 숄츠 사민당 차기 총리 후보가 12월 둘째 주에 총리로 선출될 수 있다.
숄츠 사민당 차기 총리 후보는 쥐트도이체차이퉁(SZ)의 경제정상회의에서 연정 협상이 "아주 건설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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