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기후피해 보상기금' 무산되자 "극도로 실망" 분노

입력 2021-11-14 10:53
수정 2021-11-14 11:10
개도국 '기후피해 보상기금' 무산되자 "극도로 실망" 분노

미·유럽·호주 반대에 기후변화 대응지원책만 마련

선진국 책임론 선긋기…EU "보상 아닌 국제협력에 방점"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기후변화 영향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채택된 개도국 지원 내용이 미약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이날 COP26 200여개 참가국이 가까스로 채택한 '글래스고 기후 조약'에서 '글래스고 손실 및 피해 기금' 설립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는 기후변화 피해에 취약한 77개 개도국 그룹(G77)이 총회 전부터 요구해왔던 것으로 결국 합의문에서 빠지자 당사국들은 크게 실망했다.

아프리카 기니는 "손실 및 피해 방지, 최소화. 해결을 위한 활동 기금 마련에 대화만 겨우 시작된 수준이라며 "극도로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마셜제도, 피지, 안티과섬, 바부다섬 등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 존폐 위기를 맞는 섬나라들도 그간 요구해온 기금 조성이 무산됐다며 실망감을 토로했다.

기후변화 피해보상을 위한 신규 기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 호주에서 반발이 특히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 대표단 야코프 베르크스만 EU 기후변화총국 국제정책 수석 고문은 이 제도가 "책임이나 보상이 아닌 국제사회의 협력에 관한 것"이라며 기후변화에 대한 선진국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피해 최전선에 있는 이들을 위해 자원을 늘려야 한다는 점을 이해한다면서도 이 자금을 조달할 최선의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문에는 개도국의 이상기후 적응을 돕기 위한 지원책이 마련됐다.

2019년 200억 달러(약 23조6천억원) 수준이던 기후변화 적응기금을 2025년까지 최소 두 배로 늘리겠다는 내용이다.

또 기후변화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는 '산티아고 네트워크'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애니 다스굽타 세계자원연구소장은 총회에 대해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피해 문제를 드디어 주요 무대 위에 올려놨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개도국의 필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글래스고에서 진행된 대화가 단순 논의 수준을 넘어 필요 자금 규모에 대한 실질적인 권고안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트 싱 기후행동네트워크(CAN) 수석 자문위원은 총회 합의문에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 비용 증가가 명시된 점을 성과로 인정하면서도 이 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신규 기금이 무산된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싱 위원은 "㎞ 단위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 단위로 걷는 셈"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ki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