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올해 아프간 난민 103만명 본국으로 강제송환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란이 국경을 넘어 도피한 아프가니스탄 난민 가운데 100만 명 이상을 올해 본국으로 강제송환했다고 AFP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이란에서 쫓겨나 아프간으로 돌아간 난민은 103만 명이 넘는다.
10월 마지막 한 주(21∼27일)간 이란에서 아프간으로 송환된 난민만 2만8천115명에 달한다.
부모를 잃거나 부모와 헤어진 아이들이 혼자 국경을 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식 통계가 잡히지 않지만, IOM 관계자들이 아프간-이란 국경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올해 부모 없이 국경을 넘은 아이들은 최소 3천200여 명에 달한다.
지난 8월 탈레반의 카불 재장악과 미군 철수로 아프간에서 전쟁은 끝났지만, 아프간 주민들의 상황은 전쟁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국제원조가 사실상 중단된 것은 물론 극심한 가뭄으로 국민 절반가량이 심각한 식량 부족 사태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에서 강제 추방돼 탈레반 치하의 고국으로 돌아간 난민들을 맞이하는 건 처참한 현실이다.
안토니우 비토리노 IOM 사무총장은 "난민 추방은 아프간이 직면한 도전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며 "돌아간 사람들은 보건, 음식, 쉼터 부족으로 궁지에 몰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유엔난민기구(UNHCR)는 상황이 극도로 악화한 아프간으로 난민들을 되돌려보내지 말아 달라고 각국에 요청하고 있다.
아프간과 900㎞에 달하는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란은 지난 40년간 전쟁을 피해 국경을 넘어온 난민들의 주요 피신처였다. 지난 2020년 기준 이란에 체류 중인 아프간 난민은 340만 명에 달했다.
그런데도 이란은 아프간 난민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최근까지 밝혀왔다.
마지드 타크트 라반치 유엔주재 이란 대사는 지난달 "우리는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지 않고도 아프간 형제들을 수용한다"며 "비록 제재로 어려움을 겪지만 우리는 식량은 물론 쉼터와 의약품, 교육 그리고 코로나19 백신도 지원한다"고 자랑했다.
다만, 2018년 부활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길어지는 데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까지 위축되면서 이란 내부에서도 최근 아프간 난민에 대한 태도는 점점 더 싸늘해지고 있다.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부 대변인은 최근 아프간 난민 수용이 한계에 봉착했다며 더는 난민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도 미국의 제재 속에 외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란의 난민 수용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란 방문을 앞둔 얀 에겔란드 노르웨이 난민위원회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부족한 지원 속에 그렇게 많은 난민을 계속 수용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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