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심장부'마저 할퀸 IS-K 테러…체제 뒤흔드나
IS-K, 탈레반 '정신적 고향' 칸다하르서 첫 대형 테러
시아파 모스크서 47명 사망…'탈레반의 치안'에 대한 도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의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잇따른 테러가 탈레반 체제의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지난 8월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 이후 연일 테러를 감행하던 IS-K가 이번에는 탈레반의 '심장부'에서마저 대형 자폭 공격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IS-K의 연속된 테러는 치안 유지와 체제 안정에 성공했다고 홍보하는 탈레반에는 치명적인 오점이 되는 상황이다.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분파 조직인 IS-K는 15일(현지 시간)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시아파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자폭 테러를 감행, 47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IS-K는 테러 이후 텔레그램을 통해 두 명의 조직원이 자살 폭탄을 터트렸다며 배후를 자처했다.
이들은 불과 1주일 전인 지난 8일에는 북부 쿤두즈 시아파 모스크에서 자폭 테러를 저질러 1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지난 3일에는 탈레반 대변인의 어머니에 대한 추도식이 열리던 수도 카불의 모스크에서도 자폭 공격을 벌였다.
그에 앞서 IS-K는 지난 8월 26일 카불 국제공항 자폭 공격으로 약 180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이후에도 카불, 동부 잘랄라바드 등에서 테러를 이어왔다.
특히 15일 테러는 탈레반의 '정신적 고향'이나 다름없는 칸다하르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탈레반 체제에 안기는 무게감이 남다르다. 탈레반은 1990년대 중반 칸다하르에서 결성됐다.
IS-K는 그간 동부와 북부를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칸다하르에서 테러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어지는 테러에도 다에시(IS의 아랍어 약자)는 위협적 존재(threat)가 아니고 두통거리일 뿐이라며 IS-K의 존재감을 깎아내렸던 탈레반 지도부에는 더욱 큰 부담이 생긴 것이다.
분쟁 분석 기관인 엑스트랙의 연구원 압둘 사예드는 AFP통신에 이번 칸다하르 테러는 아프간을 통제하고 있다는 탈레반의 주장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사예드는 "만약 탈레반이 IS-K로부터 칸다하르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다른 지역도 보호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 사회운동가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사람들이 탈레반 체제에 만족하는 유일한 이유는 치안 때문이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치안도 없고 고용 기회도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탈레반도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IS-K의 은신처를 습격, 일정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추정한 IS-K의 대원 수는 약 2천명이다. 6만∼10만명 수준으로 알려진 탈레반 조직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세력이 약한 셈이다.
하지만 탈레반의 노력과 달리 IS-K 축출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IS-K는 과거에는 농촌 지역을 장악하며 세력을 불렸지만, 최근에는 조직을 잘게 나눠 도시로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또 신출귀몰한 게릴라 전법과 함께 탈레반이 과거 정부 측을 겨냥해 사용했던 테러 기법을 '벤치마킹'해 최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과 IS-K는 같은 수니파 무장조직이지만 그간 심하게 대립해왔다.
IS-K는 탈레반이 미국과 평화협상을 벌인 점 등을 지적하며 온건하다고 비난해왔다.
특히 시아파에 대한 대응을 놓고서도 양측은 심각하게 갈등을 빚었다.
시아파는 배교자이며 무슬림도 아니기 때문에 죽어 마땅하다는 게 IS-K의 주장이다. IS-K는 이런 논리 속에 과거에도 시아파 모스크 등을 겨냥해 여러 차례 테러를 저질러 왔다.
반면 국가를 경영하며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대접받기를 원하는 탈레반으로서는 이제 시아파 등 소수파까지 모두 껴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몇 년간 시아파를 겨냥한 테러를 저지르지 않는 등 시아파에 대한 시각도 IS-K보다는 온건한 편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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