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문제 '평화' 강조한 시진핑…이달초 무력시위 역풍 의식했나

입력 2021-10-10 11:00
대만문제 '평화' 강조한 시진핑…이달초 무력시위 역풍 의식했나

신해혁명 110주년 연설서 "평화통일"·"양안 평화발전" 등 언급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지난 1∼4일 대만 방공식별구역 안으로 전투기 등 군용기 149대를 보내는 고강도 무력시위를 했던 중국이 신해혁명 110주년을 계기로 한 최고 지도자의 대만 관련 메시지에서 '평화'를 잇달아 거론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식에서 "완전한 조국 통일의 역사 임무는 반드시 실현해야 하며 틀림없이 실현할 수 있다"면서 "평화적인 방식의 조국 통일은 대만을 포함한 중화민족 전체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우리는 '평화 통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기본 방침과 '하나의 중국' 원칙, '92공식'(九二共識)을 견지하면서 양안 관계의 평화 발전을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시 주석은 2019년 1월 2일 '대만 동포에 고하는 글 발표 40주년 기념회' 연설에서 "우리는 평화통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무력 사용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며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한다는 옵션을 놔둘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지난 7월 1일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에서는 평화통일을 언급하면서도 "대만 독립 도모를 단호히 분쇄"하겠다며 대만 집권 민진당에 대한 고강도 경고장을 보냈다.

그런 시 주석이 최근 대만을 향한 중국 공군의 대대적인 무력시위 이후 신해혁명 110주년을 맞아 대만 관련 연설을 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제사회는 메시지에 주목했는데, 결국 '평화통일이 최선'임을 언급했고, '무력 사용 가능성' 언급은 이번에는 하지 않은 것이다.

외신들도 시 주석의 '절제된 톤'에 주목했다.

로이터 통신은 시 주석 연설 관련 기사에서 "시진핑이 대만과의 통일을 맹세했지만, 무력 사용 위협은 보류했다"는 제목을 썼고, AP통신은 "시 주석이 대만과의 평화통일을 요구했다"는 제목을 붙였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평화통일을 추구하되 무력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시 주석의 대만 관련 기조가 변화한 것으로 볼 근거로 삼기엔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즉 이번 대만 관련 메시지에 담긴 시 주석의 속내는 '평화'보다는 '통일'과 '외부 간섭 반대' 쪽에 방점이 찍혀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최근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고강도 무력 시위로 인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 미국의 동맹국 규합을 통한 대 중국 압박 강화에 명분을 줄 수 있는 점,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의 '흥행'에 대만해협 긴장이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한 '톤' 조절로 보는 견해가 적지 않은 것이다.

또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독립 지향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대만 집권 민진당과 보통의 대만인들을 '분리 대응'하려는 듯한 뉘앙스도 보였다.

"양안 동포 모두 역사의 올바른 쪽에 서서 조국의 완전한 통일과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영광스러운 위업을 이뤄야 한다"고 한 대목은 일반 대만인들을 향한 메시지로 읽힌 반면, "조국을 배반하고 국가를 분열시키는 사람은 끝이 좋은 적이 없었다. 반드시 인민에게 버림받고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한 대목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 정권을 겨냥한 메시지로 보였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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