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력난속 유가 7년만 최고치…세계 '에너지 대란' 가중
유럽도 에너지 가격 급등에 정상회의에서 대응 논의키로
주요 원자재 가격도 최고…공급망 위축·인플레이션 우려 커져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세계의 공장' 중국이 극심한 전력난을 겪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세계적인 에너지난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주요 원자재 가격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 글로벌 공급망 위축과 함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날 2.3% 급등한 77.6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 11월 이후 약 7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브렌트유 역시 2.5%나 치솟은 81.26달러에 마감하며 2018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11월에도 기존 증산 속도를 유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유가가 급등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로 인해 증산이 더 확대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었지만, OPEC+가 기존 증산 속도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유가를 더 밀어 올린 것이다.
앞서 지난 7월 OPEC+는 지난해 합의했던 감산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8월부터 매달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뜻을 모았다. 당시 전체 감산 규모는 580만 배럴 수준이었다.
세계적 수요증가와 미국·유럽의 재고 감소 등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는 것도 국제유가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연가스를 사용해온 화력발전소들 가운데 일부가 원료를 원유로 대체할 가능성이 있고, 이 같은 전망이 이미 유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은 이미 석탄 공급난과 강력한 탄소 배출 억제 정책 때문에 극심한 전력난을 겪고 있다.
철강·알루미늄 같은 에너지 고소비 업종에서부터 사료, 섬유, 완구 등에 이르는 다양한 업종에 걸쳐 많은 기업이 당국의 전기 공급 제한으로 정상적인 조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도 발전소 석탄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중국에서와 같은 전력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으로 현지 석탄 화력 발전소 135곳 가운데 72곳의 석탄 재고가 사흘 치도 남지 않았다.
특히 중국의 전력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위축을 가중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럽에서도 천연가스 도매가가 몇 달간 상승하고 이에 따라 전기료도 큰 폭으로 올라 일부 국가에서는 소비자들이 이를 체감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 기구인 유로스타트는 9월 에너지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17.4% 급등한 것으로 추산했다.
영국에서는 트럭 운전사 부족 등으로 주유소에서 기름이 부족해지는 주유 대란까지 겪고 있다.
이에 스페인과 프랑스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한 EU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독일 DPA 통신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각료급 회의를 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스페인의 나디아 칼비뇨 경제디지털혁신부 장관은 "이것은 우리가 국가적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EU의 조율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EU는 오는 21∼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정상회의 의제에 에너지 가격 급등 문제를 추가하기로 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블룸버그 상품 스폿 인덱스'는 이날 1.1%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에너지와 금속, 곡물 등 23개 품목의 가격을 추적하는 지표로 코로나19 초기인 지난해 3월 4년 만의 최저를 기록한 이후 90% 이상 상승했다.
천연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품목의 가격이 가장 많이 뛰었고, 알루미늄, 구리, 커피, 설탕, 면화 등의 가격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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