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카불 시내 떠돌던 '공원 피란민', 이제 귀향 시작

입력 2021-10-03 14:45
아프간 카불 시내 떠돌던 '공원 피란민', 이제 귀향 시작

전쟁 피해 카불로 몰려와 노숙…구호단체 등 지원에 고향행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간의 전쟁을 피해 수도 카불로 몰려들었던 피란민들이 이제 고향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3일 하아마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탈레반은 최근 카불 시내 공원 등에서 노숙하던 피란민 수천 명을 귀향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카불 난민 담당 탈레반 책임자인 압둘 마틴 라힘자이는 구호기관과 협력해 샤르-에-노 공원에 있던 1천여 가족을 그들의 고향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아프간 북부 주민들은 지난 5월 이후 탈레반의 대규모 공세가 본격화하자 고향을 떠나 북동부에 있는 카불로 향했다.

당시 카불에는 수만명의 피란민이 몰려들었고 친척집이나 난민 캠프 등 거주할 곳을 찾지 못한 이들 수천 명은 공원에 텐트를 치고 노숙해왔다.

하지만 이제 탈레반이 아프간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사실상 내전이 끝난데다 노숙 환경도 좋지 않아 이들 피란민은 구호기관의 도움 속에 고향행을 결정한 것이다.

아프간여성협회 자원봉사자들은 지난달 30일 북부 쿤두즈주에서 온 피란민 1천여 가족의 귀향을 위해 전세 버스를 투입하기도 했다.

이들 가족에게는 생필품 구매 비용 1만아프가니(약 13만원)와 식량도 지급됐다.

이번에 쿤두즈로 향한 피란민 하디는 AFP통신에 전쟁 때문에 우리는 고향을 떠나야 했다며 "집도 파괴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프간 국민은 현재 생필품 가격 상승, 실업자 폭증 등으로 인해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지난달 초 보고서를 통해 "아프간의 빈곤율이 2022년 중반까지 97%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중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아프간 사람들을 구호하기 위해 연말까지 6억600만 달러(약 7천800억원)가 긴급하게 필요하다며 국제 사회에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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