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은 디스토피아적 히트작"
어두운 허구 세계로 현실 비판…WSJ, 한국 콘텐츠 인기배경·저변확대 평가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넷플릭스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대한 외국 언론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서울발 기사에서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의 사상 최대의 히트 작품이 될지 모른다며 "오징어 게임은 디스토피아(어두운 미래상)적 히트작"이라고 평가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넷플릭스 9부작 드라마다.
오징어 게임이 암흑세계를 실감 나는 허구로 그려내는 방식으로 현실을 비판한다는 게 WSJ의 진단인 셈이다.
WSJ은 황동혁 감독이 10여 년 전 이 작품을 처음 구상했을 때 잔인한 살인과 돈을 향해 목숨을 걸고 개인들이 경쟁한다는 설정이 투자자나 배우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2년 전 오징어 게임에서 나타나는 계급투쟁이 현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황 감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 경제를 덮치면서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격차가 더욱 커졌다며 코로나19 백신 보급도 부유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간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황 감독은 "세상은 변했다"며 "이런 모든 점이 10여 년 전과 비교해 (오징어 게임)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매우 현실성 있게 다가서도록 했다"고 말했다.
오징어 게임의 또 다른 인기 비결로는 시각적 효과가 꼽혔다.
WSJ은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끄는 과정에서 언어가 장벽이 될 수 있었지만, 서바이벌 게임 참가자들이 입은 초록색 운동복과 어린이 놀이터와 같은 다채로운 세트 등 시각적 요소를 강조한 점이 통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한국 전통놀이 규칙 중 일부를 단순화하거나 변경한 점에도 주목했다.
한 카페에서 일하는 권 모(27) 씨는 오징어 게임에 대해 "K팝(K-POP)의 인기가 더 많은 사람이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두도록 한 것 같다"며 "무자비한 살인이 눈길을 끌었고 다양한 캐릭터가 그것(오징어 게임)을 흥미롭게 했다"고 말했다.
WSJ은 오징어 게임의 성공과 관련해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 확대도 언급했다.
넷플릭스는 2015년부터 작년까지 한국 영화 및 텔레비전쇼에 약 7억 달러(약 8천300억 원)를 투자했고 올해에만 5억 달러(약 5천9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넷플릭스가 2019년과 2020년에 인도 콘텐츠에 약 4억 달러(약 4천700억 원)를 투자한 것과 비교된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한국 영화 및 시리즈를 80편 정도 소개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 2년 사이 미국에서 한국 드라마 시청이 2배로 늘었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작품으로 서비스되는 83개국 모두에서 한 번씩 정상을 차지하며 전 세계 인기 순위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WSJ에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9일 오징어 게임을 소개하며 유쾌한 어린 시절의 게임을 어둡게 비틀어 대중문화의 감성을 자극했다고 평했다.
CNN 방송 역시 오징어 게임을 다룬 기사에서 "넷플릭스의 최신 히트작은 정말 끝내준다"며 높이 평가했다.
넷플릭스 관계자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 출연진은 오는 6일(현지시간) 미국 NBC 인기 토크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의 특별 게스트로 나설 예정이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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