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코로나 백신 추가 접종, 개도국은 없어서 못 맞아

입력 2021-09-12 16:49
수정 2021-09-12 18:51
선진국은 코로나 백신 추가 접종, 개도국은 없어서 못 맞아

미국은 찾아가도 안 맞아, 케냐는 긴 줄에 지쳐 못 맞아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최근 일부 선진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 부스터 샷(추가 접종)을 계획하고 있지만 제3 세계에서는 물량이 없어 못 맞고 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는 매일 새벽 동트기 전부터 시내의 가장 큰 병원 앞 잔디밭에 수백 명의 사람이 백신을 맞기 위해 줄을 선다.



간혹 줄이 원활하게 이동하지만 다른 날에는 병원 직원이 남아있는 백신이 없다고 말하며 사람들을 돌려보내곤 한다.

하지만, 대서양 건너 미국 애틀랜타의 한 교회에서는 2명의 의료 인력이 많은 분량의 백신을 가지고 음악을 들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6시간 만에 백신을 맞으러 온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이처럼 케냐와 미국의 극명한 대조는 현재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백신 접종의 엄청난 격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11일(현지시간) AP가 보도했다.

부유한 나라들에서는 주민들이 집 근처에 있는 장소로 걸어가 원하는 대로 백신을 골라 몇 분 만에 주사를 맞을 수 있다.

애틀랜타에 있는 팝업 클리닉은 시골과 도시 지역에 백신을 가져와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맞으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와 반대로, 개발도상국에서 백신은 공급이 극히 제한적이고 그나마 주민들은 언제 맞을지 알 수 없다.

현재 미국의 코로나 백신 완전 접종률은 50%를 훨씬 넘었지만, 아프리카의 접종률은 3%를 조금 넘었다.

최근 몇 주 동안 아프리카에도 꽤 많은 백신이 흘러 들어왔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아프리카 대륙이 올해 말까지 애초 계획보다 25% 정도 적은 물량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디안 오코스는 나이로비 종합병원에서 백신을 맞기 위해 3시간 이상 줄을 섰지만, 물량이 모자라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를 회상했다.

당시 미국을 여행한 친구는 미국 도착 직후 '사탕처럼' 자신이 선택한 백신으로 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코스는 "우리가 아침 몇 시에 일어나서 백신을 맞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어떤 사람들은 입맛대로 백신을 선택한다고 말한다. 너무 차이가 나는 것 아닌가"라고 불평했다.

오코스는 그의 삼촌이 접종 대상 연령이었지만 긴 줄에 질려 접종을 두 번이나 포기하다 결국 지난 6월 코로나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삼촌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오코스는 매일 출근길에 병원에 들러 백신을 요구해 의사로부터 "당신을 보는 것이 지겹다"라는 말까지 들은 뒤 지난달 말 영국에서 기증한 백신을 맞았다.

미국은 1차 접종을 받도록 국민을 설득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지만, 이제는 부스터 샷을 고려하면서 이러한 격차가 발생했다.

최근 델타 변이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9일 민간부문 종사자를 포함해 최대 1억 명의 미국인에 대한 백신 접종을 검토하도록 연방정부에 명령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인구의 약 53%가 예방 접종을 받았지만, 하루 평균 15만 명 이상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와 1천5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도 최근 델타 변이 확산으로 2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포함하여 800만 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 8일 백신 물량을 많이 보유한 부국들은 연말까지 추가 접종을 보류하고 가난한 국가들에 백신을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나이로비의 오코스는 모든 사람이 가능한 한 빨리 기본적인 수준의 면역을 가질 수 있도록 전 세계적으로 백신 분배의 공평성에 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모든 사람이 적어도 1차 접종을 받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6번의 부스터 샷을 맞더라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airtech-ken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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