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건강] 암 환자 200만명 시대, 방사선 치료 선입견·공포 버려야

입력 2021-09-11 07:00
[위클리 건강] 암 환자 200만명 시대, 방사선 치료 선입견·공포 버려야

김학재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기술 좋아져 부작용 위험 낮아졌다"

부작용 없는 치료 없지만 '실보다 득' 생각해야…암 환자는 체력 관리가 필수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항암 치료를 받거나 완치 판정을 받은 '암 유병자'가 200만 명에 달하는 시대가 됐다. 국민 25명 중에서 1명은 현재 암 환자로 살고 있거나 한때 암 환자로 살았다는 얘기다. 주변인 중에 한두 명은 암을 앓고 있을 정도로 환자가 많아졌지만, 암에 대한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암보다 항암 치료 과정에서의 고통을 두려워하는 환자가 적지 않고, 특히 항암 치료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방사선 치료에 대한 근거 없는 공포와 선입견도 여전하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생명을 위협받는 암 환자에게 방사선 치료는 '실보다 득'이 크므로 과도한 우려는 삼가달라고 강조한다.

기술의 발달로 방사선 치료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 크게 줄었으므로 방사선 치료에 대한 인식과 개념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학재 서울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정상 조직이 '전혀' 손상되지 않고 종양만 치료하는 방사선 치료란 없다"면서도 "최근에는 암 부위에 방사선을 정확히 쬐게 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정상 조직의 손상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므로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 치료를 결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암 환자의 완치율을 높이기 위한 수술 전 방사선 치료 또는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방사선 치료 등을 시행하고 있다. 여러 진료과목 의료진과 협진해 암 환자를 치료한다.

방사선 치료는 환자의 종양 부위에 고선량의 방사선을 쬐게 함으로써 암세포를 죽이고 암세포가 주변으로 증식하는 것을 막는 치료법이다. 암이 있는 부위를 겨냥해 방사선을 조사(照射)하는 과정에서 일부 정상 조직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다학제 진료가 활발해지면서 수술과 방사선 치료, 항암제 투여를 모두 하는 경우가 많다. 암 수술 전후 완치율을 높이거나 생존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도 방사선 치료를 선택하기도 한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을 꺼리는 환자는 방사선 치료만으로 암을 없애는 일종의 '방사선 수술'을 하기도 한다. 예컨대 머리와 목 부위에 생겨 조직을 제거하기 까다로운 두경부암 환자는 방사선 수술로 완치를 노린다. 폐암 중에서도 고령이거나 수술이 어려운 환자는 방사선으로 암을 없애는 방법을 시도한다. 전신마취가 필요 없고, 절개하지 않아도 돼 환자의 부담이 적지만 방사선 수술 여부는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

김 교수는 "방사선 치료에 대한 오해와 불신 때문에 아예 치료를 안 받겠다는 환자들이 더러 있지만 암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정립된 지 오래"라며 환자에 이익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이 가장 크게 잘못 알고 있는 부작용으로 '탈모'를 들었다.

김 교수는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은 쪼인 부위에 국한에서 나타난다"며 "일부 항암화학요법으로 인해 전신에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이 방사선 치료를 시작할 때 '머리카락 빠지죠?'라고 많이들 물으시는데 머리에 방사선을 쬐지 않는 한 그런 상황이 발생하긴 어렵다"며 "대부분의 환자가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 치료를 같이 받다 보니 오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부 항암제 투여 등 항암화학요법으로 인해 머리카락이 빠지는 환자 대부분은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문에 탈모를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으로 오인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방사선 치료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하기보다는 의사의 지시하에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현장에서 수많은 암 환자를 치료하고 돌봐온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의 당부다.

그는 "방사선 치료를 할 때도 특별히 주의할 건 없지만 암 환자들은 오랜 기간 치료를 해야 하는 만큼 체력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암을 진단받은 뒤에는 신체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매우 피곤한 상태여서 체중이 줄기 쉬우므로 의도적으로 관리를 하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치료 과정에서 암세포도 죽지만 정상 세포도 일부 영향이 있으므로 재생하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고 균형 잡힌 식단으로 꼬박꼬박 식사를 챙기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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