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플러스] 새들도 태교한다…"알 속에서 어미 새 소리 배운다"
호주 연구팀 "알 속의 배아, 어미 새 소리에 심박수 변화"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새들은 부화하자마자 소리를 내고, 앵무새와 구관조 등은 사람의 말 등 다양한 소리를 흉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새들의 발성 학습에 대해서는 밝혀진 게 거의 없다. 호주 연구팀이 새들은 알 속에서부터 어미 새 소리를 듣고 학습한다는 실험 결과를 내놨다.
호주 플린더스대 소니아 클라인도퍼 교수팀은 6일 영국 왕립학회 생물학 저널(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에서 호주 요정굴뚝새 2종과 다윈 작은땅핀치, 작은펭귄, 일본메추라기 등을 이용한 실험에서 음성 학습이 부화 훨씬 전에 시작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들 조류 5종의 배아가 부화 전 알 속에서 어미 새 소리 등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비침습적(초음파 검사처럼 몸에 상처를 내지 않고 행하는 검사) 방법으로 어미 새 소리가 들릴 때의 심박수 등을 측정했다.
클라인도퍼 교수는 "발성 학습은 영장류와 명금류, 앵무새, 벌새, 고래류, 물개 같은 기각류, 박쥐 등 7개 계통에서만 일어나고 영장류에서는 인간만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발성 학습의 희귀성 때문에 동물을 어미 등의 소리를 모방해 배우는 '발성 학습' 동물과 이런 과정 없이 소리를 내는 '발성 비학습' 동물로 나누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실험 결과 발성 학습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요정굴뚝새 2종과 다윈 작은땅핀친, 발성 학습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작은펭귄과 일본메추라기 모두 배아 상태에서 소리 학습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작은 새들이 실제 소리를 낼 수 있게 되기 전부터 어미 새의 소리와 아무 관련이 없는 소리를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클라인도퍼 교수는 새의 배아가 학습을 통해 다른 새의 소리에 길들여지는 학습 현상이 학습 조류와 비학습 조류 모두에서 일어나며 지금까지 생각해온 것보다 더 일반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있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는 (동물의) 발성 학습 시기를 태어나기 전 단계로 옮기는 것으로, 초기 청각 경험이 이후 행동과 정보 처리에 미치는 신경생물학적 영향을 측정하는 경로를 열어준다"며 "동물들이 소리를 배우는 놀라운 능력에 대한 더 많은 연구에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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