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시내 도로 주행 시속 30㎞ 제한…엇갈린 희비
택시·배달 기사는 불만 vs 자전거 이용자·보행자는 환영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파리에서 30일(현지시간)부터 시내 대부분 도로의 주행 속도가 시속 30㎞로 제한됐다.
샹젤리제 거리에서는 시속 50㎞, 파리 외곽순환도로인 페리페리크에서는 시속 70㎞로 달릴 수 있지만, 여타 다른 거리에서는 속도를 시속 30㎞ 이하로 낮춰야 한다.
파리시는 이미 통행하기 좁거나, 학교 근처 등 3분의 2에 가까운 도로에서 주행 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해왔는데 이를 대부분 도로로 확대했다.
2014년부터 7년째 파리를 이끄는 안 이달고 사회당(PS) 시장이 지난해 재선에 도전하면서 내걸었던 공약이 실현된 것이다.
이달고 시장은 자동차 통행량을 감소시켜 대기 오염과 소음 공해를 줄이겠다며 이러한 정책을 마련했다.
시행 첫날인 이날 오전 자전거를 타고 오스만대로를 20분가량 달려봤으나, 평소에도 차량이 많은 도로다 보니 큰 변화를 체감할 수 없었다.
교통체증이 풀린 순간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는 차량이 많았던 점으로 미뤄봤을 때 모든 운전자가 제한 속도를 지키려 노력하지는 않은 것으로 짐작된다.
실제로 운전대를 잡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운전으로 밥벌이를 하는 택시 기사, 배달 기사들의 불만이 높았다.
4년 넘게 파리에서 우버를 운전했다는 다비드 파트리크는 연합뉴스에 "규정 속도를 위반했다가 딱지라도 떼이면 그게 다 손해니까 스트레스를 받기는 한다"고 말했다.
28년 동안 택시를 몰았다는 스마일 셰키미는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에 태운 한 고객이 평소보다 5∼10분 정도 오래 걸렸다며 짜증을 내더라"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택시도 다닐 수 있는 버스 전용 차선에서 시속 30㎞를 지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어떤 기사들은 이것 때문에 일을 관둘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밴으로 유리를 배달하는 파브리스 보스도 "시속 50㎞를 준수하는 것도 어려웠는데 앞으로는 일이 더 복잡해질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파리시의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목소리도 분명히 존재한다. 번잡한 미로메닐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마리 히즈는 덕분에 자동차 소음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로 테라스에 앉고 싶어 하는 손님들이 많은데 차량 소리 때문에 대화를 나누기 힘들어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평소에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은행원 베아트리스는 연합뉴스에 "자동차가 저속운행을 한다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나 보행자 입장에서는 더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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