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피노체트' 차드 전 독재자 하브레 코로나19 사망
자국민 약 4만명 학살 혐의…아프리카연합 특별법정 서기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아프리카 차드의 전 독재자 히세네 하브레가 코로나19로 세네갈의 한 병원에서 24일(현지시간) 사망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향년 79세.
하브레는 1982∼1990년 집권 기간 공포통치 속에 자국민 약 4만 명을 학살한 혐의를 받아 '아프리카의 피노체트'로 불렸다.
세네갈에서 반인도 범죄로 2013년 체포된 하브레는 2016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5년 정도 복역했다. 그는 최근 코로나19에 감염돼 세네갈 수도 다카르의 한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숨졌다고 말리크 살 세네갈 법무장관이 확인했다.
하브레는 재임 기간 출신 부족인 고라네를 중심으로 한 정치경찰을 동원해 자신에 대해 욕을 하거나 '이적' 라디오 방송을 청취한 국민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했다.
하브레 정권은 여성들을 군인들의 성노예로 보내고 비밀 지하감옥에서 수천 명의 정치범을 고문하거나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냉전시절 미국과 과거 식민 종주국 프랑스는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에 맞선 울타리로 하브레 정권을 지원했다.
하브레는 1990년 12월 수단에서 진격한 반군에 의해 정권이 전복되자 서아프리카 세네갈로 도주한 이후에도 수년간 두 채의 집을 갖고 현지 처와 함께 호화로운 망명생활을 했다.
그러나 하브레 정권 피해자들이 16년간 투쟁한 끝에 아프리카연합(AU)이 세네갈과 그를 단죄하기 위한 특별법정을 세웠다. 이는 아프리카에서 다른 나라 전직 지도자라도 반인도 및 인권유린 혐의로 체포할 수 있다는 분수령이 됐다.
다만 피해자들에 대한 1억2천300만 유로(약 1천686억 원)의 보상금은 아직도 지급되지 않았다.
하브레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일부 지지자들은 그가 부패하지 않았고 나라를 외세로부터 지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권변호사 리드 브로디는 트위터에 "하브레는 역사상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독재자의 하나로 기억될"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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