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 물류단지 개발 혼선에…감사원 "서울시가 정책 번복"(종합)

입력 2021-08-18 14:54
양재 물류단지 개발 혼선에…감사원 "서울시가 정책 번복"(종합)

"내부조율 없이 도첨 시범단지 진행했다 혼선 자초"

"도첨 시범단지 선정 후에도 주먹구구식 방침·근거 만들어 '반대'"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조민정 기자 = 양재 도심첨단물류단지(도첨단지) 개발을 둘러싼 서울시와 하림산업의 갈등과 관련해 감사원이 18일 서울시의 정책 혼선이 초래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도첨 시범단지 선정을 위한 신청 때부터 부적정하게 업무를 처리했고 이후에도 합리적 사유 없이 결정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 1월 제기된 공익감사청구에 따라 서울시의 양재 도첨단지 개발 업무 처리 적정성을 감사해 이날 그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 서울시는 2015년 10월부터 이 일대를 연구개발(R&D) 거점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문제는 하림산업이 이듬해 4월 '양재 옛 화물터미널 부지를 도첨단지로 개발하겠다'며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도첨 시범단지 선정 신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서울시의 R&D 거점 개발 계획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도첨 시범단지 신청 주체인 서울시는 부서 의견 조회 등 서울시 내부 절차를 생략한 채 업체가 제출한 신청서를 그대로 국토부에 제출했다.

이에 따른 문제를 뒤늦게 인지한 서울시의 유관 부서는 도첨 관련 부서에 국토부에 신청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국토부는 이 부지를 2016년 6월 도첨 시범단지로 선정했다.



서울시는 시범단지 선정이 완료된 지 4개월 뒤 '부지 건축물의 50% 이상을 R&D 시설로 채워야 한다'는 방침을 뒤늦게 세워 하림산업 측에 이를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이 방침은 구속력이 없는 것이었다.

하림산업이 이를 수용하지 않자, 서울시는 3년 반이 지난 작년 초 투자의향서를 반려할 예정임을 통보하면서 압박했다.

이후 하림산업이 '부지 건축물의 R&D 비율 40%'를 제시하자, 서울시는 이를 받아들여 2024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는 '도첨단지 및 R&D 복합 개발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다시 입장을 바꿨다.

'도첨단지도 주변 택지 지구단위계획의 허용 범위 내에서 개발돼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개발 방침과 달리 "해당 사업계획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을 외부에 공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초구를 제치고 직접 지구단위계획을 입안해 뒤늦게 법적 근거를 만들려 했다는 점도 감사에서 확인했다.

감사원은 서울시장에게 앞으로 도참단지 조성 인허가 업무를 처리할 때 부서 간 사전조율이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법적 근거를 갖춰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라고 주의요구했다.

동시에 정책 방향을 정한 경우 합리적 사유 없이 이를 번복하는 등 정책 추진에 혼선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밝혔다.

하림산업은 감사원 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도시첨단물류단지는 생활물류가 폭증하며 발생하는 각종 도시 문제를 해소하고 디지털 경제시대 서울시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데 시급하게 필요한 필수 도시 인프라"라며 "기존에 밝힌 6대 기본구상을 바탕으로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6대 기본구상은 ▲ 배송포장 쓰레기 없는 물류 ▲ 단지 내 음식물 쓰레기 100% 자원화 ▲ 탄소배출 없는 클린에너지 운송 ▲ 안전한 일터·질 좋은 일자리 창출 ▲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집적화된 스마트 물류센터 ▲ 도시와 농촌, 중소기업의 상생발전 가교 등이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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