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국 "아프간 실패 쓰라려…테러의 온상 우려"

입력 2021-08-17 05:14
수정 2021-08-17 09:22
유럽 주요국 "아프간 실패 쓰라려…테러의 온상 우려"

英佛獨 수장 통화 "아프간 난민 유럽 차원 대책 마련 시급"

(베를린·파리=연합뉴스) 이 율 현혜란 특파원 =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참여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후 재건에서 실패가 쓰라리다면서 아프간이 다시 테러의 온상이 될 것을 우려했다.

또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아프간 재장악 이후 난민이 대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럽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6일(현지시간) 연 기자회견에서 "탈레반이 숨 막히는 속도로 아프간을 재장악했다"면서 "이는 극도로 쓰라린 상황 전개"라고 말했다.

그는 "수주 전에만 해도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상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이 달랐는데, 갑작스럽게 상황이 바뀌었다"면서 "독일은 오판했지만, 이는 널리 퍼져있던 판단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테러와의 전쟁을 넘어서서 아프간에서는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성공하거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실패를 자인했다. 그러면서, "이로부터 교훈을 얻어 앞으로 이런 작전에 있어서 목표를 더 낮춰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난민 대책과 관련, 파키스탄을 비롯한 이웃 국가를 지원할 것이라며, 독일은 오는 18일 각료회의에서 유럽연합(EU)은 같은 날 내무·외무장관 회의에서 대책을 논의하리라 전망했다.

메르켈 총리는 앞서 독일 기독민주당(CDU) 원내 수뇌부 회동에서는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에 민주국가를 건설하려 했지만 실패했다"면서 "우리는 지금 쓰라린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또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도 이날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것을 "국제사회의 실패"라고 진단했다.

월러스 장관은 이날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만약 이것이 실패라고 한다면, 문제를 하룻밤에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 국제사회의 실패"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TV연설에서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이 과거와 같이 다시 테러의 성지가 돼서는 안 된다"면서 "모든 형태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에 맞서 계속 적극적으로 싸우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발 난민이 대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럽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아프간 사태를 논의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소집을 요구하면서 프랑스와 유엔에서 결의안을 끌어내는 데 역할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긴급 안보회의 후에는 "아무도 성급히 아프간에 들어설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아프간이 테러 온상이 되는 것을 원하는 이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철수 결정이 아프간에서 상황을 가속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렇게 될 것임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메르켈 총리와 존슨 총리는 각각 마크롱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아프간 사태를 논의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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