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7.2 강진에 최소 29명 사망…"광범위한 참사 가능성"(종합)

입력 2021-08-15 03:26
수정 2021-08-15 15:08
아이티 7.2 강진에 최소 29명 사망…"광범위한 참사 가능성"(종합)

규모 4∼5 여진 이어져…한국 대사관 "확인된 한인 피해는 없어"

총리, 한 달간 비상사태 선포…열대성 폭풍 상륙도 앞둬



(멕시코시티·뉴욕=연합뉴스) 고미혜 강건택 특파원 =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14일(현지시간) 규모 7.2 강진이 발생해 최소 29명이 사망했다.

아직 피해 상황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은 데다 몇 차례 여진도 이어져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9분께 아이티 프티트루드니프에서 남동쪽으로 13.5㎞ 떨어진 곳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는 서쪽으로 125㎞ 떨어진 지점으로, 진원의 깊이는 10㎞로 얕다.

이번 강진은 이웃 도미니카공화국과 자메이카에서도 감지됐다.



규모 4∼5의 여진이 몇 차례 이어졌으며, 한때 쓰나미 경보도 발령됐다.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티 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최소 29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아직 집계 초기인 만큼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는 한 달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앙리 총리는 이번 지진이 "여러 지역에서 다수의 인명 손실과 물적 피해를 일으켰다"며 "희생자를 돕기 위해 모든 정부 자원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USGS도 "사상자가 많은 것 같다"며 "이번 참사 피해가 광범위하게 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경제적 피해는 아이티 국내총생산(GDP)의 0∼3% 사이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아이티에는 한국 기업 직원과 자영업자, 선교사 등 한인들도 150명가량 거주 중인데 지금까지 한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티를 관할하는 주도미니카공화국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지진 발생 후 아이티 거주 한인들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다행히 아직 피해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사관에 따르면 한인들 대부분은 포르토프랭스에 거주하고 있으며, 진앙 인근 거주자는 없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날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진 사진과 영상이 속속 올라왔다.

진앙에서 37㎞ 떨어진 레카이에 사는 위첼 아구스틴(35)은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많은 집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잔해 밑에 깔려 있다. 그 밑에서 사람들이 지르는 비명이 들린다"라며 "병원으로 뛰어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진앙에서 가장 가까운 프티트루드니프에서는 전화 통신이 두절됐고, 73㎞ 떨어진 제레미에서는 교회와 주택이 무너진 장면이 포착됐다.

2010년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규모 7 대지진의 악몽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포르토프랭스 등의 주민들도 11년 만에 다시 찾아온 강진에 크게 놀라 대피했다.

포르토프랭스 주민 세포라 피에르는 로이터에 "이웃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달려 나갔다"며 "2010년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적어도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7.2 강진 후 인근에서 최대 규모 5.2까지의 여진이 약 10차례 이어지면서 피해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최초 강진으로 약해진 건물들이 여진으로 더 크게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서양에선 열대성 폭풍 그레이스가 아이티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그레이스는 16일 밤에서 17일 사이 아이티를 지날 예정이다.

이번 강진은 아이티에서 최대 3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추정되는 2010년 규모 7 대지진의 피해가 아직도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했다.

대재앙 수준이던 당시 지진보다 이번이 규모도 크고 진원도 얕다.

다만 당시 지진은 인구 밀도가 높은 포르토프랭스 인근에서 발생한 반면 이번 지진의 진앙지 부근은 상대적으로 인구 밀도가 낮다.

특히 이번 지진은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 암살 한 달여 만에 벌어진 것이어서 최빈국 중 하나인 아이티 국민들에게 더욱 큰 충격을 줄 전망이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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