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 서방 세계에 되살아나는 산업 지원 정책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서방 세계가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그간 기피해온 산업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 상원은 지난달 반도체 제조에 520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의 '미국 혁신 경쟁법'을 가결했다.
유럽연합(EU)도 2030년까지 반도체 제조 역량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리는 목표를 세웠고 한국도 반도체 산업 지원에 나섰으며 일본은 아시아의 데이터센터 허브화를 계획하는 등 역시 지원 노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서구권 정부의 산업 지원 정책은 반도체에 그치지 않고 전기차 배터리, 신약 등 다양하다.
실제로 미 백악관은 지난달 반도체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희토류를 비롯한 특수광물, 제약 등 4대 핵심 분야에 대한 공급망 차질 대응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서방 세계가 다시 정부 주도로 국가 이익에 긴요한 산업에 국가의 자원을 쏟아붓는 '산업 정책'을 다시 껴안으려는 것이라고 저널은 평가했다.
과거 서구에서도 주요 산업의 국유화를 포함한 산업 정책은 일반적인 정책 수단이었으나 1990년대 중반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을 계기로 정부 개입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중국은 꾸준히 산업정책을 펴왔으며 특히 내수 촉진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둔 쌍순환(이중 순환)전략과 함께 기술 자립을 핵심 경제 정책 방향으로 지난해 제시하면서 서구에 한층 더 큰 위협이 됐다고 저널은 전했다.
다만 저널은 최근 서방 정부의 산업 지원 정책은 과거에 비해 좁은 영역에 국한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예컨대 EU는 2014년 시장 경쟁을 저해하지 않고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특정 프로젝트에 예외적인 정책 개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대표적인 정책이 전기차 배터리와 전력망 개발을 목적으로 한 민관 합작 '유럽배터리연합'(EBA)이다.
다만 서구권의 산업정책 부활 움직임에 대해 정부 지원은 결국 비효율적인 것으로 판명 날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고 저널은 전했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는 "중국 정부 지출을 따라잡으려는 미국의 시도는 실수가 될 것"이라며 "정부 지원의 대부분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과잉투자, 수익 감소, 혁신 저하, 부채 증가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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