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플러스] "목성의 달 '가니메데'에서 표면 얼음 승화된 수증기 포착"

입력 2021-07-27 14:59
[사이테크 플러스] "목성의 달 '가니메데'에서 표면 얼음 승화된 수증기 포착"

"적도 부근서 한낮에 기온 상승하며 수증기 발생"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태양계에서 가장 큰 위성인 목성의 달 '가니메데'에서 꽁꽁 얼어붙은 표면의 얼음이 승화해 만들어진 수증기가 처음으로 포착됐다.

승화란 고체가 액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기체로 변화하는 현상이다.

스웨덴 왕립공대(KTH) 로렌츠 로스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27일 과학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서 20여 년간의 허블우주망원경(HST) 관측자료를 분석, 우주 전하입자에 의한 표면 침식이 아니라 열적 승화로 만들어진 수증기를 처음으로 포착했다고 밝혔다.



반지름이 2천631㎞로 수성보다 큰 가니메데에는 물이 지구의 모든 바다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가니메데의 바다는 표면 160㎞ 이상 아래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표면의 물은 영하 185℃ 정도로 낮은 온도에 완전히 얼어 증발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수증기의 증거를 찾기 위해 지난 20년간의 허블우주망원경 관측자료를 재분석했다.

NASA는 1998년 허블망원경에 탑재된 영상분광기(STIS)로 촬영한 자외선(UV) 사진에서 다른 형태의 오로라 현상을 포착했다. 연구팀은 이 현상은 가니메데에 약한 자기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대기 중에 산소 분자(O₂)와 산소 원자(O)도 있어야 설명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로스 박사팀은 2018년 NASA 목성 탐사선 '주노'(Juno)의 임무 지원을 위해 다시 허블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산소 원자의 양을 측정하는 연구를 했다. 허블 우주기원 분광기(COS)의 2018년 관측자료와 1998~2010년 영상분광기 관측자료를 결합해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가니메데의 대기에는 1998년 분석 결과와 달리 산소 원자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가니메데의 UV 오로라 영상들을 설명하려면 산소 원자 외에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팀은 이를 밝혀내기 위해 UV 영상에서 오로라의 상대적 분포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가니메데의 표면 온도는 온종일 크게 변하며 정오 무렵에는 적도 부근의 얼음 표면에서 승화가 일어나 수증기가 발생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자외선 사진에 나타나는 오로라 현상들은 가니메데의 대기에 수증기가 존재할 경우 예상되는 현상들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로스 교수는 "지금까지는 산소 분자들만 관측됐는데, 이런 산소 분자는 전하 입자가 얼음 표면을 침식할 때 발생한다"며 "이번에 측정된 수증기는 따뜻해진 지역의 얼음 표면에서 직접 승화돼 생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견은 내년 발사될 유럽우주국(ESA)의 목성 얼음 위성 탐사선 '주스'(JUICE)를 통해 정확하게 확인될 것으로 기대된다. JUICE는 내년에 발사돼 2029년 목성에 도착할 예정이며, 최소 3년간 가니메데 등 목성의 대형 위성 3개를 정밀 관측하게 된다.

로스 교수는 "이 연구 결과가 JUICE 탐사선 장비팀에 목성 위성들을 관측하는 계획을 최적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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